안녕하세요, 만복입니다!

 만복 (선집 하숙생)




  안녕하세요. 지난여름 서당개 세미나와 사랑을 퀴어링 워크샵을 시작으로 문탁, 길드다에 종종 드나들게 된 만복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우현의 룸메이트로 선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어요. 이사 온 지는 이제 3주 정도 된 것 같네요. 스무 살 이후로 길게는 2년, 짧게는 6개월 정도를 주기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살아온 터라 이제는 좀 자리를 잡고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또 어떤 역마살이 제 등을 떠밀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이 동네에서 오래오래 지내며 소중한 관계들을 잃지 않고 싶습니다. 


▲ 요즘 학원 가는 길에 옥슨80의 노래를 즐겨 듣습니다. 우현이가 저를 닮았다고 하는데 저는 좀 억울합니다.

  먼저 제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상황을 조금 설명해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저는 2021년 2학기를 끝으로, 8년간 지지부진 버티고 미뤄온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먹고 살길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원래 전공이 스포츠긴 했지만, 코로나와 겹치면서 체육 쪽을 직업으로 삼기엔 망설여졌어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현장에서 구르는 일을 해보자 싶었습니다. 그 일들이 배워두면 쓸모가 많아서 실용적일 것 같기도 하고, 나름의 재미(?)도 있을 것 같았어요. 현장 일에도 목수, 타일 등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저는 전기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직업전문학원에서 (저도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 훈련이라는 것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에 대비해 5월까지 국비 지원으로 필기,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수업이에요. 공짜로 수업도 듣고 자격증 준비도 해준다니 좋기는 합니다만, 덕분에 평일에는 온종일 꼼짝없이 묶여있는 신세가 되었어요.

 운이 좋게도 제가 다니는 학원이 문탁과 꽤 가까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인문학 공부도 하고 학원도 다닐 겸 이 근처로 이사를 오는 것이 딱이었죠. 그래서 근처 자취방을 알아보던 차에 우현의 중계(?)로 선집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 요즘 배우고 있는 릴레이 회로입니다. 시험은 이거 X10 정도?

  선집에 들어와 생활하는 많은 부분은 우현의 도움으로 큰 문제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가구가 없어서 모든 짐을 바닥에 펼쳐놓은 상태로, 저 역시 바닥에서 생활해야 했던 것이었죠. 동네에 종종 쓸만한 책상이나 의자가 버려진다고는 하지만 기약 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급한 대로 적당한 크기의 책상과 의자, 책장을 구매했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찾았어요. 조립하느라 고생 좀 하긴 했지만, 지금은 굉장히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옷장과 행거만 구하면 바닥에 물건을 펼쳐놓는 생활은 청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혹시 안 쓰는 옷장, 행거가 있으시거나, 동천동 주위에서 버려진 옷장, 행거를 발견하신다면 제게 제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조금 말씀을 드릴까 싶네요. 전기기능사 시험은 기능사 계열 중에서도 난이도가 정말 높은 편이라고 해요. 제가 비전공자여서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필기시험이 있는 4월 초까지는 자격증 공부를 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그때까지 세미나는 일단 가볍게 한 개나 두 개 정도만 참여할 것 같습니다. 필기시험이 끝난 이후에는 제가 원래 관심이 있던 불교 세미나라던가, 글쓰기가 포함된 프로그램들을 참여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아주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하게 될 현장의 일들을 공부와 연결해서 고민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적어봤는데 어떻게 읽으셨을지 모르겠네요. 아침마다 학원 가는 길이 너무 추워서 얼른 날이 풀리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