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김지원
2021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음 해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연말의 기분을 좀 내볼 겸 컴퓨터를 보며 2022년의 계획을 나열해 보지만 어딘가 낯이 익다. 문득 작년 이맘때 세운 계획이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고 궁금해져서 다이어리를 들춰봤는데 방금 써 내려간 계획과 별다를 게 없어 풋 웃음이 났다. 내가 세우는 계획은 어쩌면 길게 쓰는 다짐과 같았다. 내년도 건강하게, 잘 지내보겠다는 짧은 다짐.
얼마 전, 눈 덮인 풍경이 꼭 올해 초 큰 눈이 종종 오던 때를 기억나게 했다. 내가 신나게 세웠던 계획들, 가졌던 다짐들을 떠올리며 한 해 동안 무심하게 쌓아뒀던 것만 같아 머쓱해졌다. 그리고 내년의 계획은 간결해졌다. 매해 비슷한 연말의 다짐들을 까먹지 않는 것, 자주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의 갈피를 잡는 것이 되었다. 다이어리도 앞의 몇 장이 가장 빼곡하고, 강렬했던 날의 일기는 미루고 미루다 못 쓰는 나지만 또다시 내년 12월 말 즈음 먼지 쌓인 우체통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2022년을 돌아보고 싶지 않아 내려본 처방이다. “케케묵을 계획보단 매일의 다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