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김지원
오늘 아침엔 일찍 나가는 아빠를 배웅했다. 조용히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잠을 걷어내고, 냉장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컵과 식탁이 닿는 달그락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관과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세며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아빠는 귀신을 본 듯이 놀랐지만 그보다 잘 갔다 오라고 팔 벌리는 나에게 더 놀란 것 같았다. 평소와는 다른 루틴에 당황한 아빠는 발도 엉키며 부산스레 현관을 나섰지만 나는 다시 이불로 파고들며 한숨에 뿌듯함을 섞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빠를 안아주고 배웅하게 된 것은 어떤 책의 제목 때문이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