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요청] 길드다의 마케팅 전략 분석 및 제안의 건

 조영 (팀 Tissue Office 소속 디자이너)




  안녕하세요. 조영입니다. 길드다의 마케팅 전략 분석 및 제안의 건으로 연락드리오니, 아래 내용 확인 부탁드립니다. 

  저는 티슈 오피스라는 스튜디오이자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동시에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길드다에서는 가끔씩 공부합니다. 길드다와 저는 서로의 도움이 필요할 때 종종 일을 부탁하고 해 주는 방식으로도 교류하기도 해왔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독자 리뷰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무슨 꼭지를 골라 쓸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평소 길드다를 생각하며, 또 아젠다를 구독하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속마음을 이번 리뷰 지면을 빌어 말해보겠습니다.

  길드다에서 공부를 하고, 같이 일도 하고, 구성원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며 몇 해 동안 길드다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동안 길드다와 제가 속해 있는 그룹은 그 구성원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그밖에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에서부터—사업체냐, 공동체냐! 주류를 선도할 것이냐, 비제도권에서의 자립이냐!—부 말입니다. 그럼에도 길드다 여러분과 저는 언제나 스치는 접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가깝고도 먼… 그런 사이의 관계에 놓였다고나 할까요. 어쩌면 그래서, 저는 길드다가 만든 콘텐츠들을 알리는 방식, 그러니까 마케팅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잦았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디자이너라, 멋진 이미지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잘 경험하도록 설계하는 일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가 한 장의 포스터이건 웹사이트건 애플리케이션이건, 사람들이 이걸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잘 사용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저의 일이니까요. 길드다의 경우, 이미지보다는 텍스트가 거의 모든 작업의 중심이므로 과정부터 결과까지 주로 언어적으로 사고하고 그를 표현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길드다 공부를 통해서라도 저는 언어와 텍스트를 다루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어려운 작업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모든 작업의 초반에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요. 길드다는 정말 제 주변의 어떤 이들보다 텍스트를 까다롭게 다루고 생산합니다. 하지만 제가 느꼈던 아쉬움은, 그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온 콘텐츠들이 사람들에게 잘 경험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길드다가 열심히 텍스트를 골라 강의안을 준비한 세미나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고, 쓰여지는 에세이들이 웹사이트의 게시판에만 머물러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코코펠리의 음악을 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한 번은 길드다의 한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다소 나무라는 투로 말한 적도 있습니다. “더 잘 팔아야지!” 대답은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네가 생각하기에 잘 파는 방법은 뭔데?”

  저는 제가 생각하는 ‘잘 파는 방법’이 무엇일지 말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곧바로 후회했습니다. 더 세련된 브랜딩, SNS 팔로워 관리,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새로운 소통 채널 마련 그리고 어쩌고저쩌고… 제가 길드다를 지켜보며 못내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이것’만 하면 더 잘 되리라 생각했던 방법은 예컨대 구글에 ‘마케팅 전략’이라고 검색하면 쏟아질만한 내용의 것들이었습니다. 앗... 길드다 여러분들이 과연 그런 ‘전략’을 몰랐을까요? 당연히 길드다 또한 이미 그들의 콘텐츠가 더 많은 이들에게 잘 가 닿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이 이미 시도 중인 방법을 조언했다는 이유로 머쓱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제가 길드다라는 특수한 사업체(혹은 공동체)를 굉장히 보편타당한 기업의 보편타당한 방식으로만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제가 길드다에서 공부한 것들이나, 길드다 여러분들이 쓰는 글들, 길드다만의 독특한 자금 운용 방식, 그리고 길드다 구성원들 개개인의 특성과 관계들 같은 특수하고 복잡한 것들을 떠올려보지도 않고 말이죠.

  
출처: 브런치 ‘@maru7091’ 사용자의 <2020년 매출향상을 위한 마케팅 전략> 강의안 중 일부


  만약 길드다가 전형적이거나 일반적인 문법으로 사업(또는 작업)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다른 방식의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마케팅 방법을 보완하면서, 지속성과 관계성을 중시하는 길드다 여러분께 더 적합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예컨대, 마케팅에 디자인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길드다 여러분도 동의하며 나름의 노력들을 하고 있으시지요. 그렇다면 길드다 여러분이 언젠가 멋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디자인 전문가가 없는 길드다 내부의 기술로 해결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할 때마다 외부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것도 아니면서 지속적으로 길드다 자체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제 3의 전략은 어떤 걸까요? 어쩌면 외부에 단 건으로 소비되는 디자인 의뢰비를 아껴, 제가 길드다에 기초 디자인을 가르쳐드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여전히 ‘마케팅 전략’을 더 공부하고 이에 힘을 쏟으면 길드다에게도 더 유의미한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그 ‘전략’이 누구나 생각할 만한 일반론이 아니라, 길드다만이 갖는 속력과 방향을 존중하는 방식의 전략이어야 함을 인정하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케터도 아닌 제가 여러분께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우스운 일일 수 있지만, 얄미운 친구의 참견 같은 거라 여기고 너그러이 양해해 주세요. 더불어 혹시라도 우리가 고민해서 더 좋은 제 3의 마케팅 전략을 발견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동참하겠노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제넘게 제안을 드렸습니다만 위의 건 살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결재 부탁드리겠습니다.

  길드다 여러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