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강학원 인터뷰 : 청년, 혼자 벌어먹을 수는 없다

 김고은 (길드다)






  <길드다>는 2019년 청년 4인과 문탁 선생님이 함께 개업(?)해서 ‘청년 인문학 스타트업’으로 다양한 활동해왔다. 그러다 4년 차인 올해, 재정위기에 봉착했다. 이대로 <길드다>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게 명확해진 올여름부터 우리는 구조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향후 방향을 수정하기 위한 구조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와 비슷한 활동을 하는, 그러나 경제적으로도 원활하게 순환이 이루어지는 다른 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우리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첫 번째 그룹은 청년들과 함께 자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며 공부와 활동을 이어가는 <남산강학원>이었다. 아직 햇볕이 한참 뜨거운 9월, <길드다> 멤버 4인(차명식, 김지원, 김고은, 송우현)은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남산강학원>을 운영해 오신 두 선생님 신근영쌤과 문성환쌤, 그리고 그 바통을 이어받기로 한 두 친구 자연과 윤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인터뷰는 사전에 질문을 취합한 지원이 진행을 맡았다. 가독성을 위하여 길드다 질문자들은 이름을 적색으로, 남산강학원 답변자들은 이름을 청색으로 표기하였다.






신인류 연구소에서 청년 공동체로


지원 홈페이지를 통해 한눈에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요. <남산강학원>의 대략적인 구조를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성환쌤 <남산강학원>이 처음 필동에 자리 잡으면서 가져왔던 건 인문학과 삶을 연결하는 ‘인문학 공부 공동체’ 정도였던 것 같아요. <남산강학원>이 <감이당>과 동거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색깔을 갖게 되었는데요, 공부하는 청년들이 있는 곳이 된 것이죠. 거기에다 또 최근에 결합된 게 있다면, ‘읽고 쓰는 공동체’에요. 앞으로 또 비전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정리해보자면 ‘읽고 쓰는 청년들의 공부 공동체’가 <남산강학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영쌤 사실 우리가 처음부터 청년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진 않았어요. 나 개인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남산강학원>에서 하는 공부가 갇히지 않으려면 청년과의 만남이 필요하겠다고 점차 생각하게 됐죠. <남산강학원> 공간도 마찬가지로 활기를 갖기 위해 청년과의 접속이 필요했어요. 이렇게 청년에 대한 고민은 전적으로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시작된 거예요. 그러다가 여러 요건으로 인해 <남산강학원>으로 청년들이 모이게 되었어요. 청년들을 만나면서 그런 생각을 했죠. ‘이 인류는 도대체 어떤 인류인가…….’


자연, 윤하 (웃음)



근영쌤 내가 가장 크게 깨졌죠. 내가 (쳥년들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어떤 것이었나. 나한테 제일 공부가 많이 되었죠.


성환쌤 청년들이 큰일을 했다. 큰일을 했어.


근영쌤 (웃음) 그렇게 청년들을 알아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만큼이나 ‘청년들이 이런 공부를 해보면 좋겠다’에 대해 제안을 하게 된 건 3년 차쯤부터였어요. <남산강학원> 청년 공동체에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에요. 연구실에서 활동이든 공부든 ‘내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 있고, 그 관계야말로 우리가 거주해야 할 공간이다’라는 감각을 경험해보는 게 중요해요. 나는 생각이 이런데… 너희는 동의가 되니?(웃음)


윤하 그런 것 같긴 했는데, 말씀하시는 걸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웃음)


지원 저희도 처음엔 ‘청년 인문학 스타트업’이라고 불렀지만 그게 맞는 건지, 우리는 어떤 공동체인건지, 공동체는 맞는 건지 고민이 생기는 것 같아요. 더불어 저희를 세일즈로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보니 이걸 어떻게 잘 전달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운영과 관련해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사항들도 궁금하거든요. <남산강학원>의 의사결정 구조가 명확하게 있나요?


근영쌤 <남산강학원>은 원래 정식 회원은 세 명밖에 안돼요. 본격적으로는 내년부터 얘네(청년들)가 그 역할을 맡을 건데, 올 한 해 동안은 그런 내부 관계들을 새롭게 정립하는 시기이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그전에 청년들이 굉장히 많은 일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계획하고 풀어나가는 것들은 셋이서 했어요. 이제 올 한 해 동안 이 친구들이 배워야 해요. 이 안이 어떻게 굴러가고 어떤 리듬이 필요하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올해부터 이 친구들이 다루고 있어요. 본 회계를 넘겨받고 청년들의 공부 공간으로 운영하면서… 깎아 먹겠죠.(웃음) 하고 싶으면 할 수도 있고, 안 하고 싶으면 문 닫고 나올 수도 있겠죠.





자립, 네트워크를 순환시키기


근영쌤 근데 <길드다>에서 <남산강학원>에 온다고 했을 때 내가 해줄 이야기가 없다고 했던 건 뭐냐면, 여기 청년들은 <길드다>의 청년들하고 달라요. 여기 청년들은 이 네트워크(<남산강학원>과 <감이당>) 안에서 살고 있지 독립하진 않았어요. 독립을 뭐라고 얘기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여기 청년들은 돈 벌 능력이 없어요. 당장 강의를 하거나 책을 쓸 수 없으니까요. 직접적으로 내가 벌어서 내가 감당하는 시스템이라기보다는 네트워크 전체의 순환시스템이에요. 이 네트워크를 순환 시키는 활동을 하면서 돈을 가지고 가거든요. 가장 대표적인 게 주방이죠. 주방은 지금 청년들이 없으면 운영이 안 돼요. 연구실 전체 네트워크 안에서 순환시키는 한 축으로 역할을 담당한다는 면에서 <길드다>와 다르죠. 물론 다시 또 이 친구들이 글쓰기와 공부로 돈을 벌어서 다시 청년들 자리를 마련해주는 순환을 만들어야겠죠. 그런데 직접적으로 내가 해서 내가 번다는 아니에요. 저희들도 청년들처럼 순환 시스템 안에 있어요. 순환 시스템에 들어가지 않으면 청년들이 현실적으로 월세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지원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 힘만으로는 순환이 가능하지 않다는 걸 3년 동안 확인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외부와 활동을 함께 조직할까 고민이기도 해요. 돈이 안 되어도 <길드다>를 하겠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하는데, 그건 저희의 당연한 전제이거든요. 이미 돈이 안 되고 있으니, 잘되게 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만 남았어요. 얘기 들으면서 궁금했던 건, 3인 체제에서 변화를 시도하시는 거잖아요. 바통을 이어받으신 청년 두 분에게도 묻고 싶은데요.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하게 되었을 텐데, 받은 이유는 뭔가요?


자연 받은 이유…?(갸우뚱)


근영쌤 우리가 나오고 싶어서 막 줬어.(웃음)


자연 정말 갑자기 나가셨어요. 짜장면집에서 짜장면 사주시면서 나간다고.(웃음) 아직 많이 당황스럽고요.(웃음) 모드는 확실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얘기해주시면 “아, 네”했다면 올해는 그 안에서도 우리가 뭘 해볼까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어요. 전체를 보는 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남산강학원>이 완전 청년들이 먹고 공부하고 사는 공간이 되어서 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에요. 


근영쌤 여기는 누구의 활동공간이라고 얘기할 수 없어요. 얘네도 청년을 계속 할 수는 없잖아요. 자기 공부를 하고 나와야지 또 주변으로. <남산강학원>의 청년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공간적인 여유를 주변의 네트워크들이 지속적으로 지원 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자연 아 그리고 ‘글쓰기 학교’를 <남산강학원>에서 열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작년에 책을 냈어서 그런지 거기 튜터를 맡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네? 저희가요?” 놀라고 당황하기도 했는데, 바로 바로 순환이 될 수 있구나 싶어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어요. 그전까지는 전부 받으면서 굴러왔다는 느낌이었는데 우리도 한몫을 할 수 있게 되었구나 싶었거든요.







영업비밀, 증여


지원 <남산강학원> 재정의 큰 흐름도 궁금해요,


성환쌤 영업 비밀을? (웃음)


지원 좀 알려주세요, 비밀이 있으시면…. (웃음)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뭔지 궁금하고요. 또 수익을 축적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알고 있는데, 또 다른 원칙이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성환쌤 공간이 수익과 함께 가는 구조에요. 공간을 쓸 수 있는 건 그 공간에서 그 정도의 수익이 되는 활동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그 공간의 주인이 되는 방식으로요. 작은 공간에서 늘리고 늘리고 하면서, 방의 개수가 많아지면서 세미나나 강의가 늘어나고, 세미나나 강의가 없을 땐 그곳에서 다른 활동들이 벌어지고 많은 걸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죠. 월세를 내지 못한다면, 그 정도 공간을 충분히 활동으로 만들 능력이 우리에게 없고 본다거나 활동을 적극적으로 늘린다거나 하는 거죠. 


근영쌤 참 얘기하기가 애매한데, 많은 증여가 <남산강학원>을 움직이고 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여기서 공부를 하고 뭔가 다른 삶을 생활로써, 머리가 아니고 몸소 생활로써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든 마음을 보내고 싶어지는 거죠. 청년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여기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는 거, 그걸로 남산의 기운을 모아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죠. 또 분기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수익의 갭이 컸었는데, 청년들이 세미나를 열어주면서 많이 안정됐어요. 어느 정도 훈련을 받으면 자기 세미나를 열어야 하는데, 이것이 자기들이 받은 선물에 대한 보답인 거죠. 자기의 관계망을 만들어가면서 활동도 하고 또 그걸 재정적으로 순환시키는 거죠.


명식 마지막으로 제가 질문해볼게요. 제일 궁금한 건 <남산강학원> 프로그램들의 참가자들에 대한 것인 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참가자를 모으는 게 꽤 어려워요. 가령 저희가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요. 이번에는 '정동'을 주제로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사실 생소한 주제잖아요. 그래서 사람이 안 모이니까 재정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이런 문제들에 대해, <남산강학원>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로 안정적인 수의 참가자들이 오는지, 온다면 어떤 동기로 오는지, 홍보는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해요.


성환쌤 그건 앞으로 이 친구들이 <길드다>에 가서 물어봐야 할 질문인 것 같은데. (웃음) 저희 같은 경우는 청년들이 세미나를 열 때는 2~3명 모이고 외부인은 아예 없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이곳엔 많은 증여가 있고, 그 맥락에서 적은 사람이 와도 운영이 가능하죠. 우리가 어떤 신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이 곧바로 다음 기획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건 아마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요. <남산강학원>도 그런 방식으로는 청년들, 그리고 중장년층도 마찬가지로 어려워요. 저희도 저희가 원하는 공부만 전적으로 하는 것으로는 생계가 유지되지 않아요. 


근영쌤 다양한 규모와 강도로 가야 전체적으로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 아주 대중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들도 물론 있고요. 타협의 문제가 아니죠. 대중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세미나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청년에게 기생하며 사는 것이고, 청년도 우리에게 기생하며 사는 것이죠. 



  



  한 시간 반의 시간 동안 지면에 다 옮겨 적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남산강학원> 두 선생님의 이야기가 자립에 관한 이야기라고 이해했다. 청년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혼자서 자립할 수 없다고, 어떻게 네트워크와 관계를 꾸려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재정 역시 그 뒤를 따라온다고 말이다. 한때 우리의 모체였고 여전히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문탁네트워크>와 어떤 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남산강학원>의 두 친구 역시 생각이 많아 보였다. <길드다> 못지않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남산강학원>의 친구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많이 비슷하고 또 많이 다른 두 팀이 멀리서나마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더 많은 친구들과 어떤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것이 이번 인터뷰가 남긴 질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