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중의 시선에 대한 단상

 김지원






  무심코 땅을 보며 걷다가 문득 든 생각은 시선을 정면에 두고 걷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보면서 걷는다. 기가 죽어서라거나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파트 보도블록이 무슨 색인지 알고 어느 지점에서 블록의 색깔이 바뀌는지는 알지만, 우리 집 건너편 아파트 이름이 뭔지 모르고 집 앞 버스 정류장의 이름도 잘 모른다. 

  정면을 보며 걷는 것은 바쁘게 느껴진다. 고개를 똑바로 들고 앞을 보며 걷는 것은 계속해서 눈을 둘 곳을 찾게 된다. 간판 표지판에 쓰여있는 글자를 훑고 나무 풀 하늘 구름 다 들린 눈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엇박자로 머쓱하게 마주치는 눈을 피하는 것도 어설프다. 그럴 때면 시선은 자꾸만 정면을 쓸어내려 땅으로 갔다. 눈 둘 곳 없이 돌아가던 눈동자는 결국 가장 편하고 변수가 없는 바닥으로 향하게 된다. 

  익숙한 것이 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 다음부터 사람들에게 시선을 어디에 두고 걷는지 질문하게 되었다. 그 중 누군가의 조언처럼 앞을 보고 초점을 흐린 채 걷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꼭 로봇이 된 것처럼 어색했다. 

  얼마 전에는 어둑한 저녁에 하천 옆을 걷다가 두꺼비를 밟을 뻔했다. 아슬아슬하게 두꺼비를 피해 발을 디뎠지만 도사리던 변수로 벌어질 수도 있었던 장면을 상상하다보니 작게 소름이 돋았다. 내가 만약 땅을 보고 걷지 않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