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음악의 경지로 이끌어주마 : 길드다에 <넥스트 레벨> 전도하기

 송우현 (길드다)






  아젠다 개편 후 첫 호, 길드다 내부에서 편하고 자유롭게 나눌만한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우리 멤버들이 내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 떠올랐다. 다들 나쁜 놈들이다. 사실 앨범을 제작할 때는 다들 잘 듣고 피드백도 해줬지만, 기본적으로 이 사람들은 힙합 음악이 취향이 아닌 듯하다. 힙합이 취향이라면 내 음악을 안 듣고 배길 수가 있을까?  그런고로 이번에는 길드다 멤버들의 음악 취향도 알아볼 겸 요즘 내가 빠져있는 걸그룹 ‘에스파Aespa’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함께 듣고 다 같이 요즘 대중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눠보자고 제안했다. 덤벼라, 길드다 음알못들!

  

<넥스트 레벨> 들어보기! (링크)



I'm on the next level yeah

절대적 룰을 지켜 내 손을 놓지 말아

결속은 나의 무기 광야로 걸어가

알아 네 home ground

위협에 맞서서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상상도 못한 black out

유혹은 깊고 진해 (Too hot too hot)

(Ooh ooh wee) 맞잡은 손을 놓쳐

난 절대 포기 못해


I'm on the next level

저 너머의 문을 열어 Next level

널 결국엔 내가 부셔 Next level

Kosmo에 닿을 때까지 Next level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La la la la la la (ha, h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이하생략)




  1. 에스파를 들어본 소감 : K-POP파 VS 안티K-POP파


  음악이 끝나자 모두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너무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었으며 작업실 음향설비에 감탄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혼란스러운 와중 우선은 모두에게 <넥스트 레벨>에 대한 소감을 듣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현 : 명식이형 어땠어? ‘에스파’를 알고는 있었어?

  명식 : 아, 이름 정돈 알고 있었지. 걔들 뭐냐, 그 아바타인가로 유명했었잖아. 근데 제대로 들어본 건 처음이네. 왜냐면 난 기본적으로 케이팝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 뭐냐, 듣기가 힘들거든. 나는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을 좋아하는데, 너무 많은 것들이 파바박 나온다는 느낌? 가사들도 뭐지, 그……광야? 결속? 맞나? 이런 것들도 뭔가 무슨 의민지 모르겠고. 그래서 안 그래도 귀가 피곤한데, 케이팝은 또 시각적인 정보가 엄청 중요시되잖아. 뮤비나 멤버들의 비주얼이나…. 그런 식으로 곳곳에서 터지는 스펙터클이 날 피곤하게 해. 그런 걸 보면 난 확실히 시대에 뒤처졌을지도……,

  고은 : 에이, 뒤처졌네 뒤처졌어~

  지원 : 나는 실용음악을 했었잖아.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곡의 리듬이나 화성의 흐름을 주로 보거든? 근데 케이팝은 항상 비슷해. 코드나 구조가 단순하고, 화려하고, 중독적이라고 느끼는데 나는 이게 어떤 의도가 있다고 느껴지는 거야. 

  우현 : 어떤 의도?

  지원 : 비교적 호불호 적고, 자극적으로, 한번 듣고도 이목을 확 끌기 위한…. 말하자면 시장의 흐름을 다분히 의식하고 있는? 비주얼이나 여러 장르가 섞이는 것도 중립적으로 종합적이라기보다는, 자극적인 요소들의 종합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든 것 같아.

  고은 : 그럼 케이팝은 상업음악이고, 상업과 떨어진 ‘순수 음악’ 같은 게 존재한다는 거야?!

  지원 :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넥스트 레벨>이 고평가를 받고 있다지만 난 기존의 케이팝 곡들이랑 큰 차이점을 모르겠다고 얘기하고 싶은 거지. 이런 자극적인 음악들은 내 취향이 아니고.

  고은 : 둘이 말하는 자극적인 면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아. 근데 내가 알기론 케이팝에서 그런 실험적인 변주나 여러 장르들이 막 섞이고 이런 시도를 처음 했던 게 SM 소속사거든? 소녀시대의 <I got a boy> 알아? 그거 처음 나왔을 때 내 주변은 모두 다 너어~무 충격받고 혼란스러워했었어! 나도 좋다는 생각을 못 했고. 근데 지금 다시 들으면 되게 몰입감 있고 풍부하게 느껴지거든. 에스파도 같은 맥락에서 변주 파트가 세련되고 몰입감이 있지. 확실히 SM은 시대를 앞서나갔고, 그러니까 지금 대세인 게 아닐까?

  우현 : 나도 원래 케이팝을 안 좋게 생각했어. 뭔가 음악 자체보다는 아이돌이라는 캐릭터 상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서 무시하고 그런 게 있었지. 근데 최근에 음향 공부를 하면서 케이팝에 완전히 빠져들었지 뭐야. 이게 엄청 다양한 장르들의 기법을 섞는데 그걸 되게 잘 섞고, 그 와중에 음역대의 밸런스나 악기들의 조화가 전혀 무너지지 않는단 말이야. 그만큼 돈 냄새도 많이 나지만, 그래도 케이팝의 프로덕션이 정말 수준 높구나, 음향으로만 다른 음악들 다 발라버리는구나 싶다니까!

  명식, 지원 : 쓰읍... 그래? 그 정돈가?


  고은은 우리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여자 아이돌 음악을 즐겨 듣는다. ‘덕후’라고 불릴 만큼 열성적인 팬은 아니지만, 노래뿐만 아니라 아이돌의 무대 영상, 뮤비, 안무 등을 찾아보고 그들이 뽐내는 매력을 캐치한다. 케이팝 음악 안에서의 풍부함과 다양성, 그리고 음악을 넘어선 타 컨텐츠들까지 제대로 즐기는 유일한 멤버인 셈이다. 

  그러나 명식과 지원은 같은 맥락에서 케이팝을 좋아하지 않는다. 케이팝이 보여주는 다양성과 화려함은 강조된 상품성과 자극적인 스펙터클이 되어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 특히 지원은 실용음악을 했어서 그런지 음악의 순수성(?)을 더 중요시하는 느낌이었다. 아티스트가 가진 영혼을 곡에 담아내는 것? 케이팝에서 그런 걸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서인지 별 관심도 없는 듯하다.

  고은과 나는 20대고 명식과 지원은 30대라는 점에서 일종의 세대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 아니면 케이팝의 주 수요가 20대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젠더 간 분위기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2. 우현의 급발진 : 대중음악의 판도를 가르는 포인트는 ‘음향’의 퀄리티가 될 것?!

  


 이야기가 열을 더해가는 가운데 슬슬 한 번 내 주장을 펼쳐볼 때라고 생각했다. 에스파와 넥스트 레벨을 가지고 길드다의 ‘음알못’들에게 오늘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건 바로 ‘음향’(소리가 더 깨끗하고 생생하게 들리는 기술의 영역)에 대한 것이었다. 


  우현 : 그래서 말인데, 나는 약간 이제 ‘작곡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생각했어. 그야말로 ‘음향의 시대’가 온 거지. 이미 나올 수 있는 코드 진행과 리듬들은 거의 다 나왔고, 이제 그런 고전적인 종류의 신선함보다는 ‘음향’의 퀄리티로 경쟁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소리가 더 깨끗하고 생생하게 들리는 그런 기술. <넥스트 레벨> 뿐만 아니라 빌보드 상위권의 음악들도 들어보면 엄청난 코드 진행이라거나, 혁신적인 리듬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근데 확실히 발전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음향이거든. 작곡이 아닌 엔지니어의 영역 말이야. <넥스트 레벨>처럼 대형 기획사들의 작업 방식이 점점 외부에서 곡을 구매해 와서 편곡 및 리믹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야말로 지금 대중음악은 ‘음향의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어.

 지원 : 아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그래도 좀 단정적이라는 생각이 드네. ‘이날치’같은 팀들도 그렇고 여전히 음악적 신선함을 가지고 나오는 팀들이 있잖아.

 명식 : 스트리밍 사이트들에서 점점 더 다양한 장르들로 세분화 되고, 사람들의 취향도 점점 더 다각화되어 가는데 대중들의 취향이 ‘음향’이라는 하나의 기준에 맞춰질 거라는 생각엔 동의할 수 없어. 그만큼 음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다 음향 때문에 음악을 듣는 건 아니니까.

 우현 : 어... 그래.. 내가 좀 성급했던 것 같네... (음무룩)


  ……성급한 결론을 내린 건 맞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음악시장에서 음향이 하나의 판도가 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지금 와서는 오히려 음향에서 얻을 수 있는 신선함과 작곡에서 얻을 수 있는 신선함이 분리될 수 있는지 다시 질문하고 싶고, 작곡뿐 아니라 음향도 음악에 있어서 매우 큰 요소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3. 아젠다 메이커 지원 : 한국 대중음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내가 ‘음무룩’해 있는 사이 이번에는 지원이 치고 나왔다. 


  지원 : 조금 포인트를 달리해서 보면, 나는 오히려 우현과 고은의 의견이 현재 아이돌 시장의 어떤 경향을 짚어준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작곡의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건 사실 곡 자체는 안 중요하다는 것일 수도 있지 않아? 데모곡을 사 와서 음향 좀 신경 쓰고. 오히려 기획사에서 진짜 돈을 쏟아 붓는 곳은 마케팅일 거라고 난 생각하거든. 영화관에 한 영화가 독점해서 그 영화는 흥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랑 비슷한 것 같아. 돈 바른 만큼 돈 벌 수 있는 플랫폼 시장의 현실 같은 거지.

  고은 : 글쎄? 마케팅에 힘을 쏟은 만큼 더 노출이 많이 되고, 대형 기획사들이 그런 전략을 쓰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은데, 지금 압도적이었던 멜론의 점유율을 다른 플랫폼들이 많이 가져가고 있다고 해. 벅스뮤직 같은 곳이 다양한 장르를 끌어오면서 치고 나가고 있고. 그러니까 특정 플랫폼에 돈을 바르는 것만으로는 잘 나가는 음악이 되기 어렵지 않을까? 또 최근에 ‘티아라’나 ‘브레이브 걸스’ 같은 예전 팀들이 다시 인기를 얻고 ‘역주행’하는 걸 보면 꼭 플랫폼의 원리만으로 흘러가지도 않는 것 같기도 한데.

  지원 : 음, 나는 그런 차트 ‘역주행’은 음악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적으로 유행하는 레트로나 뉴트로와 같은 흐름 속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결국 요즘은 다 ‘바이럴’이잖아. 어디까지가 바이럴이고 어디까지가 대중들의 생각인지 구분하기 힘든 거고. 나는 오히려 이런 경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돌파 지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지. 예를 들어 대중음악의 판도가 마케팅이든 음향이든 우현이 같은 사람들은 어떡해? 마케팅도 음향도 결국 돈을 발라야 가능한 분야인데, 그 말은 곧 대형 기획사나 그와 비슷한 구조에 속하지 못하면 영원히 SM 못 이긴다는 거잖아?

  고은 : 우현이가 뭐~ 어떤데!

  우현 : 허허……그러니까 ‘오버띵킹2’ 많이 들어주세요…….

  


  어디서든 사회적 문제점을 발견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지원이 새로운 문제를 던져줬다. 나는 힙합씬에서도 지원이형이 지적한 것과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결국 열심히 좋은 앨범 만들겠다고 고생하는 것보다 쇼미에서 한번 웃겨서 마케팅 적으로 뜨는 게 래퍼로서 훨씬 더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화되고 큰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런 시장의 흐름을 마냥 비판적으로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정말 랩만 잘하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믿는 중등래퍼, 고등래퍼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움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돌파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고민.





  4. 이제 와서 음악 취향 묻기


  그런데 한참 동안 갑론을박하다 보니 정작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묻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다소 늦긴 했지만, 조심스럽게 길드다 멤버들의 음악 취향을 물었다. 


  우현 : 근데 그럼…. 다들 평소엔 어떤 음악을 들으시나요?

  명식 : 음, 나는 보통 뉴에이지풍의 음악들을 들어. '엔야Enya'나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같은 여성 보컬 쪽도…. 얼터너티브 락이나 클래식도 듣고.

  지원 : 나는 지금도 옛날 재즈곡들을 많이 들어. 재즈로 입시를 했었기 때문에…. 비밥Bebop 같은 기예에 가까운 연주곡도 좋아하고. 

  고은 : 나는 되게 이것저것 듣는데, 걸 그룹 노래도 듣고, 남미풍 음악도 듣고, 클럽 음악도 듣고…….

  우현 : 저는 역시 힙합이죠. 최근엔 SM 소속 아이돌 음악들을 많이 들어요. 사운드의 퀄리티가 압도적이어서….

  명식 : 어떻게 하나도 안 겹치냐. (웃음) 다 같이 들어본 게 오늘 <넥스트 레벨> 하나였어!


  이렇게나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여태까지 함께 일해 왔던 것인가. 이번 아젠다IN을 통해 지금이라도 음악에 대한 서로의 취향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교적 사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들어 본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최근엔 다들 바빠서 회의와 공부로만 만나다 보니 가벼운 얘기를 할 기회가 적었는데, 이런 자리가 종종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 대해 좀 더 아는 기회도 갖고, 한국 음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토론도 하고……뭐, 그렇다고 누가 우리 의견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각자의 생각만 떠들어댔을 뿐이지만, 그래도 내 음악에 대해서도 좀 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어 좋았다.


   ……하지만 그래도 음향의 시대는 온다. 아니, 왔다. (갈릴레이 풍으로) 여러분도 <넥스트 레벨>을 한 번 꼭 들어보시고 음향 기술의 발전에 감탄해보시길 바란다! 그럼 이번에는 첫 번째 아젠다 IN은 여기까지!





  *글쓴이 송우현은 래퍼가 되겠다며 고등학교를 중퇴하였다. 현재는 청년 인문스타트업 길드다에서 앨범을 만들고, 힙합과 인문학을 결합하는 다양한 실험들을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