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 2019년, 크로아티아 비스에서


김지원





  해변으로 갔다. 그리고 수영복 입고 올걸, 후회했다. 바지를 팬티 자락까지 올리고 샌들은 벗어뒀다. 파도가 밀려올 때 다리에 닿게 앉아 책을 읽었다. 차갑고 맑은 물이 다리를 쓰다듬어 주는 게 좋았다. 그렇게 있다가 그늘에서 책을 읽다가. 바람이 불면 햇볕으로 나와 따가워지는 발등을 문지르며 앉아있었다. 책에서 눈을 떼면 반짝이는 바다가 있었다. 잊지 못할 순간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았다. 지루해질 때면 시내 쪽으로 걸어와 노상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다리에 차가운 기운이 추워서 따듯한 라떼를 시켰는데 등에 비추는 해가 너무 뜨거워서 금방 더워졌다. 

  다시 해변으로 갔을 땐 사람들이 꽤 많이 누워있고 수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배가 볼록 나온 임산부가 물에 몸을 잠깐 적시고 햇볕에 말리며 책을 읽는 풍경도 마음에 아로새겼다. 또 어떤 할아버지가 자갈에 엎드려 등으로 햇살을 맞고 그 너머로 바다가 햇살을 맞는 풍경도 인상 깊었다. 해변에 있는 정자에는 보수 공사에 열심인 아저씨도 있었다. 그을리고 시든 커다란 이파리를 싱싱한 잎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시는데 움직임이 엄청 느려서 신기하게 쳐다보게 됐다.  

  숙소로 돌아가는 짧은 길에 문득 골목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 곳은 양귀비꽃이 많고, 고양이가 많다. 나무 문이 많고, 허름한 곳이 많다.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살풋 웃거나 눈으로 인사한다. 머릿 속은 점점 깔끔해지고 엉킨 생각은 저절로 풀렸다. 아무런 생각이 안 들었지만 나중에 이 시간이 큰 위로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은 여행에 생기를 준다.                                                              
                                                
 - 2019년 5월 23일, 크로아티아 비스에서의 일기





 * 글쓴이 김지원은....."가장 아름다운 것은 빛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사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를 졸업했고, 현재는 길드다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