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어부바 인터뷰 : 코로나 시대 청년 창업의 어려움
김고은 (길드다)
버스에서 내려 길드다로 걸어오는 길에 가끔 들리던 카페가 있었다. 그 카페가 없어졌다는 소리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은 자리에 새 카페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했다. 길드다 바로 앞에 있는 마을제과점 ‘쿠키무이’1)가 소속된 곳이기도 한 ‘청년협동조합180’2)에서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의 지원을 받아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단다.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인 영진이까지 합류하기로 했다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조금 걱정도 되었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요즘 마을에서 청년이 카페를 연다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길드다 역시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이 기회에 이웃-친구들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카페 <어부바>의 두 사람을 만나보았다.
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어쩌다 카페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승영진(이하 승) 카페 점장이자 매니저인 승영진입니다. 28살이구요. 카페 일 한지는 5년 정도 되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탭댄스를 췄었는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그만두게 되었고, 쉬고 있을 때 원두를 납품하는 곳을 소개받아서 본격적으로 커피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기본적인 것들, 그러니까 세팅하는 방법, 로스팅하는 방법을 배우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로스팅과 원두 납품 영업을 주로 하다 보니까 전체적인 시스템이 궁금해졌어요. 프랜차이즈나 큰 매장은 어떻게 돌아갈까,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서 일하는 곳을 옮겨보기도 했구요. 창업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연이 어떻게 닿게 되었네요.
이서윤(이하 이) 전前 쿠키무이 소속, 현現 카페 어부바 소속인 이서윤입니다. 주임이자 부매니저에요. 청년협동조합과 함께 일을 하는 게 제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0대 초반은 사대보험이 가입되어 있는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돈을 제대로 받고 일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도 하죠. 앉아서 지출표 계산하고 보험 가입하고, 보통 제 나이에 하는 일은 아니잖아요. (웃음) 쿠키무이에서 일할 때와 <어부바>에서 일할 때의 차이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온라인 사업이 아닌 오프라인 사업이라 사람 만날 일이 많다는 거죠. 물론 쿠키무이에 있었어도 열심히 했겠지만, 카페 사업은 사람을 응대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아요. 아, 제가 좀 긍정적인 편이에요.
승 (곧바로) 맞아. 진짜 서윤 씨가 긍정적이에요. 옆에서 이야기도 잘 해주고.
이 (웃음) 아 별 건 아니고… 영진 씨가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럴 때 제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잖아요~” 한 사람이 땅을 치고 있으면 다른 한 사람은 북돋아 줄 필요가 있으니까요.
카페 어부바가 오픈한 지는 2달이 조금 넘었다. 카페를 시작하며 만난 영진과 서윤은 서로 알게 된 기간이 아주 오래되진 않았으리라. 그럼에도 이들이 만들고 있는 호흡이 첫 인사에서부터 느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케미 이야기를 듣기 전에 카페 어부바의 탄생을 둘러싼 특수한 상황에 대해 먼저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카페 어부바는 공식적으로 청년협동조합180과 신협 두 곳이 함께 만든 곳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더 작고 다양한 맥락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우선 청년협동조합180부터가 다섯 명의 마을청년과 네 개의 마을 단체, 그 외에도 다수의 마을주민이 함께 소속되어 있는 곳이며, 어부바의 탄생 자체가 이 지역의 ‘마을 청년자립 프로젝트’의 일환이니 그런 면에서도 지역 마을네트워크와의 연관성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 그럼 지금은 두 분이서 일을 하시는 건가요? 쿠키무이와 카페 어부바는 분리가 된 건지, 또 청년협동조합180은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 건지 궁금해요. 또 여러 관계와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되셨을 것 같은데, 네트워크 속에서 카페 어부바를 어떤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으신지도요.
이 카페 어부바는 마을과 지역 청년이 함께 만든 카페 공간이에요. 신협은 지역 청년들이 이 공간을 활용했으면, 그러면서도 되도록 협동조합으로 운영되었으면 했던 거구요. 딱 맞아 떨어졌던 게 저희였던 거죠.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사실 쿠키무이는 지금 코로나 때문에 쭉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오프라인 사업을 기획했는데 막힌 상태에서 기존의 온라인 사업만 하고 있는 상태죠. 하지만 아마 오프라인으로 전환을 했었어도 문제가 되었을 거예요. 쿠키무이가 위치한 거리의 유동인구가 많지 않지 않거든요. 예전에 청년협동조합 운영회의를 할 때는 쿠키무이 위주로 논의를 했었는데 이제는 어부바까지 사업이 두 개가 생겼으니 저마다 각자의 멘토와 얘기하고 두 달에 한 번 운영회의를 해요. 원래는 멘토와도 매주 만나기로 했는데… 지금 너무 바쁘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네요.
승 저는 원래는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보다는 카페를 운영하는 것에 더 중점을 뒀었어요. 그러다가 조합 안에서 같이 일을 준비하다보니 자연스레 조합에도 관심이 생겼고요. 동천동이라는 지역 내에서 카페 어부바를 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신협과 생각이 일치했던 거 같아요. 동천동에서 문화공간이라고 하면 인근 대안학교 학부모들 인프라에 갇힐 위험이 있으니까요. 현재 카페 어부바에는 신협 고객층이, 그러니까 가족들이 많아 와요. 주부 분들, 근처에서 식사하고 오시는 나이 드신 분들…. 여담이지만 저는 공간을 작게라도 마련해서 포토존을 만들고 싶어요. 친구들한테 조언을 구하고 있는데, 쉽지만은 않네요. 아무래도 은행과 같은 공간에 있기도 해서 공간 활용을 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나 다양한 단체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일과 카페를 운영하는 일은 또 별개의 영역일 것 같아요. 카페를 실제로 준비하고 운영해보니 어떤가요? 네트워크 체계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카페의 체계를 만드는 데 신경 쓸 게 많았을 것 같아요.
승 인테리어나 컵 같은 비품은 같이 골랐는데, 음료 개발이나 바 안의 동선을 짜는 건 제가 주도적으로 했어요. 제일 오래 걸린 건 커피 맛을 잡는 일이었어요. 제가 처음 일한 곳에서 원두를 공급받고 있는데, 제가 알던 맛과 여기서 내리는 맛이 너무 다른 거예요. 커피를 내리는 머신도 새 거라 길들이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고, 원두를 숙성하는 과정 없이 바로 쓰기도 했고. 여러 변수를 찾는 게 일이었어요. 거의 6kg를 그 자리에서 사용한 적도 있어요. 원두도 바꿔보고, 로스팅 해주시는 분에게도 따로 요청을 드리기도 하고, 고생 많이 했네요. (웃음) 금방 맛을 잡을 줄 알았는데 일주일 더 걸렸거든요. 지금은 맛이 확실하게 잡혔어요.
이 요즘 브런치 카페가 있으니까 샌드위치 없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저희는 디저트로 쿠키무이의 쿠키를 가져다 놓고 있어요. 어른들은 쿠키를 매우 좋아하세요. 커피보다 많이 나가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찾는 분들이 계세요. 저희 쿠키가 달지 않아서 어른들 입맛에 잘 맞으니까요. 드시는 분들에게 반응이 나쁘지 않죠. (웃음)
자신을 쿠키무이 출신이라고 소개했던 서윤은 카페에서 쿠키의 반응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기뻐하는 것 같았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이 카페 어부바를 보는 시선에서 각자의 맥락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게 느껴졌다. 큰 카페 바리스타 출신의 점장과 청년협동조합 출신의 부점장, 걱정이 많은 점장과 긍정적인 부점장, 이 둘은 어떤 방식으로 합을 맞추고 있을까?
나 듣다 보니 서로 담당하는 영역이 다를 것 같아요. 서로를 어떤 동업자라고 생각하고 계세요?
이 본격적으로 카페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서로 낯을 가려서 존댓말 깍듯이 하고 예의 바르게 대했어요. 지금은 좀 편해졌죠. 장난기 많은 친오빠 같은 느낌이 보여서 재밌어요. 저보다 연장자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경험도 있고, 커피와 관련된 실무능력도 있어서 신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도 하구요. 아무래도 또래이자 연장자이기 때문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승 처음에는 제가 카페의 내부를 채우는 일을 했고, 서윤이는 외부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거나 외부 사업과 관련된 일을 했어요. 서윤이가 쿠키무이 경험이 있고 관리를 했기 때문에 순탄하게 준비를 잘하더라구요. 일에 대한 지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일처리도 빠릿빠릿해요. 서로 할 수 있는 일을 속도 내서 빠르게 해왔어요. 지금은 제가 서윤이에게 배우면서 서윤이가 했던 일을 제가 하고 있어요. 그게 점장의 일이기도 하니까요.
이 그런 실무 일이 진짜, 너무 어려워요. 제가 쿠키무이에서 그 일을 시작했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물론 주변에서 많이 말씀해주시기는 했지만, 말해주시는 내용도 다 다르고 저희 상황과도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더라고요. 세무 쪽 디테일은 매년 바뀌어서 매번 전화해서 물어봐야 했고, 또 사람마다 맞는 방식이 다 달라서 저만의 방식을 찾아야 하기도 했어요.
승 지금은 제가 서윤이에게 검사를 받고 있어요. (웃음)
나 점장님은 이제 커피뿐만 아니라 재정관리까지 도맡아 일을 하게 되시는 거겠네요. 시간이 많이 부족할 것 같은데, 밥은 제때 먹고 다니시나요?
승 네. 밥은 제때 먹고 있어요. 제가 밥을 먹으러 가면 꼭 손님들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카페에 없어야하나 싶기도 한데. (웃음) 오픈하고 지금까지 휴일 없이 풀타임 근무를 했어요. 매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재료는 얼마나 필요한지, 손님은 어느 시간대에 얼마나 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어요. 서윤 씨는 주 6일, 9시간씩 근무했고요. 저도 이번 달 초부터는 9시간 근무로 바꿨어요. 그래도 아직 휴일은 없죠.
이 제가 쉬라고 했는데도 절대 안 쉬시더라고요. 친구들이랑 수다 떠는 게 쉬는 거라면서요.
승 사실 카페 영업 때문에 걱정이 많아요. 카페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코로나 4단계가 되었잖아요. 애초에 유동인구가 많지도 않았는데 더 줄었어요. 생각한 것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카페가 잘 되면 지역 청년들을 뽑아서 일을 함께 할 생각이 있는데, 아직 그렇게 하기는 힘들어요. 한 달밖에 안 되었지만, ‘이렇게 자영업자가 망하는 구나’ 싶은 생각도 가끔 들어요. 그전에 일했던 곳이 엄청 큰 곳이었거든요. 워낙 유명한 브랜드여서 매출 걱정은 없었는데, 지금은 걱정이 많이 되네요. 첫 달에는 후원금 받은 게 있어서 그걸로 충당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물었을 때 이들은 카페 어부바에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좋은 원두와 갖가지 정성으로 만든 음료이니 많이 와달라며 죽치고 앉아 계셔도 괜찮단다. 협동조합180 후원회원도 여전히 모집 중이라고 전했다.
길드다와 청년협동조합180은 비슷한 점이 많다. 청년들의 자립 프로젝트라는 점, 동천동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 다양한 네트워크 속에서 탄생했고 또 현재에도 위치해있다는 점,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때문에 서윤 씨가 청년협동조합180에서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영진이가 카페 운영에 대해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크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카페 어부바를 나오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카페 어부바를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서로를 의지해 한 발 한 발 떼어가고 있는 모습을 응원하고 싶다.
카페 어부바 오시는 길은 여기로!
주석
1) '쿠키무이'는 청년협동조합180에서 운영하는 청년들의 마을 제과점이다. 청년들의 자립을 통해 쿠키와, 마을과, 사회와 함께 더불어 사는 제과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청년협동조합180'은 동천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과 단체들이 함께 만든 협동조합이다. '동천마을 청년자립 프로젝트'로 청년들이 지역으로 기반을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