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 3년, ‘풍’ 읊기도 벅찹니다.

송우현 (길드다)






  올해 초, 여느 해와 같이 나의 일정은 세미나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었다. 나는 길드다에 합류한 뒤로는 항상 길드다 세미나에 참가하거나 문탁에서 열리는 큰 세미나에 참가해왔다.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1년 동안 한 주제를 가지고 공부했는데 올해의 이슈는 ‘페미니즘’이었다. 문탁에서 페미니즘과 몸을 주제로 한 ‘양생 프로젝트’(이하 양생)가 열렸고 길드다 멤버들은 모두 양생 1학기에 참여하기로 결정됐다.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는 길드다 멤버들 모두가 동의하고 공부하기를 원했던 것이지만 사실 나에겐 엄청 중요한 문제까지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에겐 주체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주제가 없었고 여러모로 기초도 부족하기에 항상 길드다 선배들이 공부하는 주제를 같이 참여하거나 열리는 세미나 중 하나를 추천받아 공부해왔던 것이다. 


▲ 줌과 오프라인 모임이 동시에 진행된 양생 프로젝트


  그리고 항상 그랬듯이 나에게 큰 관심이 없던 주제였더라도, 뭔지 잘 모르고 어려워하더라도 세미나는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오프라인에선 남성 친구들, 온라인에서는 남초 커뮤니티에서만 활동해오던 나이기에 그들 사이에 오해되고 있던 페미니즘의 맥락을 알게 되었으며 (물론 이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해러웨이나 버틀러같이 젠더의 경계를 넘어서는 이론가들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물론 공부하는 과정은 무척 힘들었다. 과학자이자 페미니스트였던 해러웨이는 생물학의 위계를 끌어내리기 위해 수많은 실험과 과학적인 얘기를 해대고, 들뢰즈를 계승한 브라이도티는 배우지도 않은 들뢰즈 얘기를 엄청나게 인용 및 비판하고, 문제의 버틀러는 수사적 전략인지 뭔지 당최 문장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게 써놔서 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관심이 있든 없든 2021년 한국을 살아가는 20대라면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바로 ‘페미니즘’이었다는 것. 나에게도 남성적인 분위기의 친구들 모임과 그와 반대되는 문탁 사이에서의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양생 프로젝트 1학기를 무사히 마쳤지만 문제는 ‘다음 공부’였다. 2학기에는 길드다의 자체 세미나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는데 주제는 ‘정동’이다. 이 역시 길드다 선배들이 공부해오던 맥락 속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결정된 주제였다. 나는 정동이 뭔지도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1학기는 그나마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의 특수성 덕에 버텼지만 2학기 때도 무진장 어려운 텍스트들을 무작정 버텨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 문득 양생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읽었던 해설서가 떠올랐다. 「철학과 굴뚝 청소부」(그린비, 이진경)라는 서양철학의 흐름을 쉽고 흥미롭게 정리해주는 텍스트였다. 오히려 기초가 약한 나에겐 이런 텍스트가 더 도움이 되지 않나 싶었다. 물론 어려운 텍스트를 읽는 것도 관심이 없는 주제의 세미나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지금 나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그것을 기반으로 공부를 지속할 힘을 확실히 주는 건 이런 해설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양생에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곧 나는 ‘서당개 세미나’를 기획하게 되었다.




  서당개로 3년을 지내왔어도 풍월의 ‘풍’자도 못 읊는 사람들을 위한, 흥미 위주의 해설서 세미나. 그동안은 무거운 덤벨을 ‘깔짝’ 들어봤다면 이번에는 좀 더 가벼운 덤벨을 끝까지, 반복해서 들어보려 한다. 주변에 많이 추천해주시고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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