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잘 되어가?

 김새은 (문탁네트워크 디자인 팀 '새초롬')



글쓴이 소개 :  글쓴이 김새은은 몇 년에 걸쳐 '파지스쿨'을 비롯한 다양한 문탁네트워크의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가해왔으며 현재는 문탁네트워크의 디자인 팀 '새초롬'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여러 포스터와 유인물들의 디자인을 맡고 있다. 요즘은 취업준비학원들 다니며 더욱 본격적으로 디자인 기술을 공부 중이다!






취준생이 되다


  근 4년 동안 문탁은 나의 유일한 일터이자 놀이터였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일터 겸 놀이터가 생겼다. 바로 취업준비학원이다. 나는 시각디자인이나 출판디자인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고 이에 취업준비학원’(이하 취준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문탁 말고는 첫 사회생활이었기에 나는 열심히 친구들을 사귀었고 현재 너무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나버렸다



학원에서 사귄 베스트 프랜드들



  이 친구들을 통해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술과 담배의 순기능을 알게 되고, 농담 따먹기만으로 하루를 버티고, 나와 같은 20대들 사이에서 지내고, 취업 동기를 얻고. 학원에서는 아무도 시사 이야기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학원에서 기억도 안 나는 아주 가벼운 농담에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나를 보며 학원 친구들, 가족들, 주변 사람들은 사회초년생이라며 귀여워하고, 또 누군가는 나를 보면서 자신의 사회초년생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 조금은 부러워하는 눈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생활에 재미와 함께 혼란 또한 가득 느끼고 있다.

 




취업 준비를 하며


  내가 학원에 다니기로 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문탁의 디자인팀 새초롬에서 활동하며 디자인에 흥미가 생겼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년 아버지 퇴직 후에 돈벌이가 어려워질 테니 집안에 작은 돈이라도 보태고 싶었고, 독립을 하기 위한 자금도 마련하고 싶었다. 원래는 디자인 기술 습득에 더 큰 비중을 두었으나 지금은 오직 자금 마련이 목표가 되었다.

  이렇게 된 건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자본의 맛을 느꼈기 때문이다. 문탁에서 지낼 때는 세상의 많은 문제점들을 고민하고, 세미나 생각을 하고, 사람 간의 관계를 고민했다. 그렇기에 돈을 쓰더라도 어떻게쓸지를 더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하지 않아도 하루는 가고,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은 일을 했다는 만족감도 느낀다. 지친 몸은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면서 풀리고, 친구들과 그 무엇도 아끼지 않으며 돈을 쓰고 노는 시간으로 풀린다. 그리고 취업만을 강조하는 구조 속에서 디자인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취업 성공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다. ‘어떻게에 앞서 우선 돈을 버는 것과 쓰는 것 자체에 대한 재미를 알아가는 중인 것이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그런지 점차 머리도 몸도 가벼워져서는 문탁에 있을 때 고민했던 무거운 것들은 외면하고 싶어졌다. 최근에는 문탁 홈페이지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뉴스를 보며 고민을 하기 싫고, 심지어 가족들이 나누는 심오한 대화도 귀찮게 느껴졌다. 빨리 독립자금을 모아 집을 나가서 회사--친구를 오가며 힐링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었다.

 




문탁과 학원 사이


  

▲ 학원 과제로 제출한 상품 패키지 디자인


  학원에 다닐수록 문탁은 나에게 무거운 곳이었음을 알게 된다. 정치 시사, 서양과 동양 사상등 장르 불문 지식을 습득하고, 그 지식을 고민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 일상에서 해내는 이 과정들이 꽤나 무거웠던 것이다. 나는 일찍부터 문탁을 다녔기에 나에게 이런 공부를 하는 게 당연했었다. 가끔은 이런 당연하고 재밌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쌍하게 느껴졌었다. 삶이 즐거워지는 쉬운 방법인데 하지 않다니

  그런데 지금은 그 불쌍한 사람이 내가 되었다. 불쌍한 사람이 되어보니 문탁은 내가 디자인과 학원에 몰두하는 것과 병행하기 힘든 공간이란 걸 느꼈다. 그러면서 문탁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아 슬프다. 그럼 나는 문탁을 다닐 것인가? 아니면 지금 생활에 안주할 것인가? 책이라도 읽어볼 것인가? 유튜브나 볼 것인가? 집 근처에서 문탁과 비슷한 공동체를 새로 찾을 것인가? 학원이나 열심히 다닐 것인가? 이런 많은 질문이 오가고 있다.

 




적극적으로 경험하려고요


  누군가는 글을 보며 네가 어려서 그렇다던가, 사회초년생들이 겪는 고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다 지나갈 일이라고 가벼이 생각해 보려고 해보기도 했다. 가끔 책을 봐주고, 시간 나면 문탁 가보고, ‘문탁 소식을 들으려고 노력하면서 취업 준비에 몰두하면 되겠지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가끔 문탁을 가야하나? 학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면 스스럼없이 학원 친구들을 선택하게 된다. 또 요즘은 사정상 문탁에 있지 못해 나간 친구들이 떠오르며, 나도 그들과 같은 사회인이 되었나, 그들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 학원에서 만든 CD 패키지 디자인


  혼란이 잠재워지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차차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내야 할지 찾아가고 있다. 정신수련으로 명상도 해보고, 집과 학원을 오갈 때 버스 안에서 기사를 들여다보고, 문탁의 글들을 읽어본다. 그리고 학원 친구들과 유흥을 즐기기에는 체력이 쇠해지다 보니 새로운 놀거리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서로 책과 영화를 추천하고, 한 책 돌려 읽어보고 있다. 또 전시회가 있다면 같이 가서 영감을 얻어오는 등 디자인적 놀이를 해보고 있다.

  하지만 새로워진 환경이다 보니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새로워진 욕심들이 생기고 있다. 모두의 보호 아래서 살았을 때와 달리 많은 부딪힘을 겪고 있고,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을 지고 있다. 개인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 이렇게나 많다니 놀라고도 있고, 초심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초심은 취업 그 자체가 아닌 디자인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 초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많은 욕심과 유혹에 발을 담가서 새로운 경험들에 부딪혀보려고 한다.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