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작업실도 생기고 길드다 공간도 살리고
송우현 (길드다)
지난 4월 말, 예고했듯이 길드다는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갔다.
폴딩도어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촬영을 위한 공간으로, 왼쪽은 녹음 및 음향작업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흡음’이었다. 기존의 길드다 공간에서 영상을 찍었을 때 소리가 너무 울려서 녹음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스피커를 활용한 음향작업에도 흡음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이에 우리는 흡음 시설 공사를 하기로 했다. 특히 나는 내 생각보다 더욱 본격적인 음향 스튜디오를 갖게 되어 행복했고, 더불어 그 공간을 잘 만들어 놓겠다는 일념으로 흡음과 소리에 관한 공부를 엄청나게 했다. 이 글에선 주로 음향 스튜디오를 만드는 과정과 그 고민들을 이야기하겠다. (스튜디오 전반에 관한 이야기는 글 마지막의 공사 브이로그 영상을 참조해주시라!)
음향 스튜디오는 스피커를 통해 음악과 소리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소리를 믹스(소리들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효과를 주어 곡의 퀄리티를 높이는 과정)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흡음 시공이 필수적인 것인데 문제가 있었다. 유리는 소리의 반사와 흡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데 도면을 보면 알 수 있듯 길드다 공간 오른쪽 벽면과 뒷면이 모두 유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좋은 스튜디오를 만들겠다며 유리를 다 떼버리고 벽을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느 정도 절충해서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천장 전체에 흡음재를 붙이고, 바닥의 반사를 잡기 위해 카펫타일을 깔고, 천장에 매달 수 있는 클라우드형 흡음 패널과 유리를 어느 정도 커버할 이동형 패널을 갖췄다. 많은 돈과 힘을 들였음에도 유리 때문에 소리가 안 좋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일말의 기대를 안고 스피커를 세팅한 뒤, 경건하게 음악을 틀었다.
다행히도 소리는 들어줄 만했다. 아주 좋은 소리를 울려주고 있진 못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번 괜찮은 공간이 생기니, 욕심이 끊임없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더 좋은 스피커를 구비하고 그 스피커의 성능을 끌어내 줄 흡음 패널들을 추가로 설치하고 싶어졌다. 뒤이어 이런 욕심과 현실적인 자금 상황, 그리고 정말 이렇게 돈을 쓰는 게 맞는가, 어떤 방법이 가장 합리적인가 등의 고민들이 겹쳐서 나를 괴롭혔다. 기성 흡음 제품은 효과는 확실하지만 너무나도 비쌌다. 단가와 제작과정을 생각했을 때 그 가격을 주고 사는 건 내 기준으로는 말이 안 되었다. 결국 제작하기로 마음먹고 위해 며칠을 공부하다가도 음악 공부는 안 하고 이렇게 장비와 환경 욕심을 내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었다.
결국 몇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좋은 스피커를 구매했다. 내가 산 장비 중 단연 최고가였고, 난 모아둔 돈의 절반 이상을 한순간에 써버렸다.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데려온 녀석은 다행히 기대만큼 좋은 소리를 울려주었다. 그리고 이젠 흡음 패널을 좀 더 배치한다면 더 좋은 소리를 울려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흡음 패널까지 직접 제작하려고 한다. 욕심 부리는 김에 끝까지 욕심을 부려볼 생각이다.
그래서, 중요한 음악 작업은 잘 되어 가냐고? 새로운 공간에서 만들어낸 첫 곡은 이번 호 <월간 김왈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많이들 들어주시라. 그리고 내 개인 작업뿐만 아니라, 작년 랩인문학 수업을 받았던 ‘함청’ 친구들도 찾아와서 자기들 곡 작업을 했고, ‘인문약방’의 팟캐스트도, 동네 청년들의 음악 모임 ‘크루와상’도 이 공간에서 작업 중이다. 래퍼로서 자기만의 가사를 쓰는 것도 즐겁지만 엔지니어 겸 프로듀서로서 소리를 만지고, 음악을 꾸려나가는 작업도 무척 흥미롭다. 여러분도 많이들 찾아주시고 녹음할 일이 있으시다면 일도 맡겨주시라. 길드다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꼭 공간 구경도 하러 오시라! 기존에 책을 읽고 있는 청년들과 더불어 녹음하는 청년들, 음악에 취해있는 청년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길드다 공사 브이로그 영상은 5월 20일 오후 6시에 공개되며,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