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작업과 함께 내가 봐온 길드다는....

 권지용 (길드다-문탁네트워크 영상팀 튜터)






  안녕하세요. 길드다의 친구들 중 하나로 선정되어 글을 쓰게 된 권지용입니다. 저는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준비하며 다양한 영상작업을 하고 있고, 길드다와 함께 유튜브 미니 강의와 영상워크숍, 길드다 TV를 같이 진행했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제가 길드다와 함께 작업한 경험을 통해 제가 봐온 길드다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 길드다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촬영 중인 권지용 감독





인문학 스타트업, 길드다


  나는 평소에도 길드다를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문탁네트워크라는 곳에서 공부하는 청년들이 모여서 만든 청년 인문학 스타트업이다’라고 설명하면 ‘문탁네크워크가 뭐하는 곳인데?’, ‘인문학 스타트업이 어떤 거야?’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그래서 다시 문탁네트워크부터 설명하려 하다보면 ‘동네에서 같이 공부하고 같이 식사를 하는 곳이며 그 외에도 여러 활동을 하는데 여러 활동에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다’고 추가 설명을 덧붙인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 있는 친구의 표정을 보면 점점 길어지는 말에 비해 제대로 설명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생각하다가 발견한 단어가 ’인문학 공동체‘라는 단어다. 

  ‘문탁네트워크는 인문학 공동체다’라는 말을 들은 친구들 중에도 인문학 공동체가 뭐하는 곳이냐고 되묻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문학과 공동체라는 단어들이 주는 느낌으로 유추해서 얼추 비슷하게 상상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인문학 공동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고 나면 찝찝함이 남는다. 그 단어가 문탁 네트워크에 대해서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길드다 또한 마찬가지다. 문탁네트워크가 ‘인문학 공동체’로 설명된다면 길드다를 설명하는 말은 ‘청년 인문학 스타트업’이다, 이것 역시 처음 들었을 때 매우 생소했던 단어였다. 인문학은 돈과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고 당연히 사업과도 연결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인문학과 스타트업을 묶어서 단체를 만들다니 어떤 일을 하려는 것일까 궁금했다. 아직 그 궁금증이 다 해결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3년 동안 길드다의 활동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내가 바라보는 길드다에 대해서 정리해서 앞으로 잘 설명해봐야겠다.





내가 바라본 길드다


  내가 길드다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바쁘고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길드다 친구들에게 ‘요즘 뭐해? 많이 바빠?’ 라는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세미나를 준비하거나 하고 글을 쓰고 있거나 써야 할 글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길드다 친구들의 ‘입에서 요즘은 한가해, 별일 없어’라는 얘기를 듣는 건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사람이 적어서 그렇겠지만 각자 맡은 일이 많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늘 바쁘게 활동을 하는 것 같다. 

  길드다 친구들이 세미나를 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수업도 준비하며 비학술적 학술제 같은 행사를 기획하는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 4명이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회의를 많이 하고 의견을 나누며 티격태격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직접 티격태격하는 길드다 친구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사이좋게 티격태격하며 즐겁게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같이 활동하는 팀이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같이 일을 진행하다 보니 초기보다 서로를 더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늘어나는 것 같다. 이런 점을 보면 길드다를 설명할 때 어떤 활동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4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뭔가를 한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길드다의 다양한 활동들 중 하나인 영상 제작





길드다의 친구가 되기까지


  내가 어떻게 길드다의 친구가 되었는지 돌이켜보면 ‘청년예술프로젝트’로 시작되어 문탁네트워크와 인연이 생기고 그 인연이 자연스럽게 길드다로 이어진 것 같다. 길드다와 함께한 첫 작업은 2018년도에 길드다의 유튜브 강의 영상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많은 금액을 받은 일은 아니었지만 처음 만들어보는 강의 영상에 길드다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작업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마을에서 영상을 만들다 보면 적은 금액을 주면서 금액을 지불했다는 이유만으로 하청업체를 부리듯이 명령을 하며 영상을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길드다는 그렇지 않았다. 내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존중해 주면서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주어서 힘들었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그 좋은 기억이 이어져서 현재는 길드다와 영상 워크숍을 같이 하고 있다. 영상 워크숍은 유튜브 채널 ‘길드다TV’를 만들기 위해서 진행한 워크숍으로, 영상에 관심이 있는 길드다의 멤버 우현이와 협력자 지원 씨에게 영상 기술을 가르쳐주고 같이 영상을 기획, 촬영,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리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전에도 마을 영화제인 ‘머내 영화제’와 문탁네트워크에서 영상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었기에 수업 준비를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다른 워크숍에 비해 강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내가 언제 쿠바를 갈지 알 수 없는 상황(나는 영화 공부를 위해 곧 쿠바로 떠날 예정이다)에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우현이와 지원 씨가 재밌어하고 열심히 따라와 줘서 3주 만에 어느 정도 편집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 길드다 영상 워크샵 중



  유튜브 미니 강의를 할 때부터 생각했지만 길드다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개인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능력이 출중한가 보다는 어떻게 길드다와 관계를 맺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원씨와 우현이에게 영상을 가르치고 함께 영상을 만들지만 단순히 직장 동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그들과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서 해볼 수 있는 것이 정해질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단순히 영상을 하는 사람이라서 영상 워크숍을 맡은 것이 아니라 유튜브 미니 강의에서부터 길드다의 친구로 관계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있게 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일을 정하고 일에 맞는 사람을 구하는 기존의 방법과는 다르게 사람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으며 어떤 일을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는 방식이 길드다의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길드다에 대해서 다시 설명해보자면


  다시 길드다를 설명해보자면, 지금까지 본 길드다의 활동을 봤을 때 그 내용을 한 가지로 규정짓기는 힘들다. 고은이는 동은이와 초등한문교실을 열고 우현이는 랩을 하며 지원 씨와 영상을 만들고 지원 형은 목공 인문학을, 명식 형은 수업을 하고 책을 낸다. 그리고 다 같이 월간 뉴스레터 아젠다를 발행하고 ‘비학술적 학술제’와 같은 네트워크 행사를 기획하며 네트워킹을 구축한다. 길드다多라는 이름에 맞게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를 한 단어,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길드다에 대해서 물어보는 친구가 있다면 뭐 하는 곳인지 종잡을 수 없게 하는 활동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보다 길드다의 세미나, 비학술적 학술제 등에 데려와서 직접 보여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길드다 TV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것도 길드다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