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사이랩 인터뷰: 도시는 어떻게 도시가 될까?
김지원 (길드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민들레 사이랩이었다. 격월간 「민들레」의 직원이자 청년 활동가로 함께 긴밀한 인연을 맺으며 만들어진 사이랩의 두 멤버 모경과 혜민은 비학술적 학술제에서 통통 튀는 진행자로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후속 모임에 대해서도 두 사람 다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었기에, 이들을 찾아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관심이 있었다. 나는 최근 ‘짓기와 거주하기’라는 이름으로 ‘도시’와 관련된 세미나를 진행 중인데, 이는 이들이 비학술적 학술제에서 편지 형식으로 발표했던 글의 인상적인 주제인 ‘지역’과도 엮여있는 주제다. 난 왜 이들이 ‘지역’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그것이 자립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더 물어보고 싶었다. 인터뷰는 성북구에 위치한 ‘공간 민들레’에서 진행되었다.
나 자 그럼 인터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모경(이하 ‘모’) 혜민(이하 ‘혜’) 우후!
나 비학술적 학술제가 벌써 너무 오래전 일 같아서 이야기를 꺼내기가 좀 민망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이후로 온라인으로도 만나서 후속 모임 이야기도 나누고 했는데, 정작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우선 그 후로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혜 우선 모경과 저는 경제활동 외에 대부분 일상을 함께 보내고 있어요. 생활반경과 친구들이 겹치기 때문이기도 한데, ‘온-택트’ 시대라 역설적으로 더 많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일상을 공유하고 동네를 공유하는 환경이 모경과 저로 하여금 비학술적 학술제에서 ‘지역’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이랩이 딱히 지역 활동을 하는 단체는 아니지만, 비학술적 학술제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관심이 있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우리가 살고 있고 기반으로 삼고 있는 지역에 더 많은 청년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면 좋겠다는. 그런데 그보다 저희에게 비학술적 학술제가 의미 있었던 것은 저희가 쓰고 발표한 편지 형식의 글에 네트워크의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었단 것이었어요. 사이랩은 2019년 비학술적 학술제에서도 공유드렸다시피, 청년 주체들의 여러 사정들로 인해 특별한 활동 없이 휴지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네트워크 분들이 주신 반응들 덕에 사이랩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고, 지역이라는 주제도 가지고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3월쯤 모경, 민들레의 경옥 선생님과 사이랩 거취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작은 활동들이라도 이어가자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현재 진행 중인 《사이보그가 되다》 세미나에요.
모 사이랩이 엄청 아깝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민들레가 가진 인프라와 우리가 여태 쌓아온 경험들이 있는데, 이름만 있다는 것이. 제가 어떤 역할을 맡고 싶기도 했고, 다시 좀 ‘키워보자’는 생각을 하고 혜민을 찔렀죠.
혜 《사이보그가 되다》 세미나도 사실 우리가 읽고 싶어서 기획한 것이었기 때문에 굳이 사이랩 이름을 걸 필요는 없었지만, 작은 활동이라도 사이랩 이름을 달고 유지하자는 모경의 ‘뽐뿌’에 못 이겨 그렇게 되었습니다. (웃음)
비학술적 학술제가 쉬고 있던 사이랩이 다시금 활동을 기획하는 데에 작게나마 어떤 역할을 했다는 것이 즐겁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사실 우리가 네트워크를 처음 생각했을 때, 그것은 자립, 어떻게 먹고 살까?라는 주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 활동은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많은 효과들을 불러일으켰다. 그중 하나가 ‘활기’다. 참여한 단체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행사를 계기로 자신들의 활동을 돌아볼, 그에 대해 질문할 계기가 생긴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들은 다시 활동으로 이어지며, 정체된 고민과 활동들에 활기를 가져온다.
나 그렇담 사이랩은 어떤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혜 예전에 사이랩이 대만의 ‘ZA SHARE’라는 청년 단체에서 주관한 온라인 국제 포럼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어요. 아시아의 청년 단체들이 모여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발표하는 행사였습니다. 민들레도 영상을 만들어 보내고, 다양한 아시아의 단체들과 교류하고 대화하는 경험을 했어요. 이런 대화의 장을 함께 만들고 참여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사이랩을 소개하는 정도였고, 우리만의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좀 있었어요. 그런 아쉬움의 연장에서 지금 진행 중인 세미나가 있기도 하고,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진행하는 ‘액티비스트 리서처’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 중인….
나 액티비스트 리서처가 뭐예요?
모 직역하자면 연구-활동가에요. 연구자는 연구만 하고, 활동가는 활동만 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이 둘을 합친 개념입니다. 청년허브에서 대한민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고, 매년 진행되고 있어요. 민들레 사이랩이 꾸준히 공유하는 관심 역시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자는 것이므로, 취지에 맞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 뭘 연구해요?
혜 민들레에서 활동하면서 저희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교육’과 관련한 이슈들이에요. 아시다시피 저는 비-대학 청년이에요.
나 저도요
혜 아예 대학의 문턱에도 안 들어가셨나요?
나 네
혜 아~ 중퇴하신 분들도 많으니까요.
나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좀 다르죠. (웃음)
혜 네? 아, 네. (웃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기면 난감한 측면이 있잖아요. 사회적으로 이런 다양한 청년들의 삶에 대한 담론이나 상상력이 너무 부족하니까요. 저의 경우엔 그래서 탈학교, 비-대학 청년들의 구체적인 사례들에 관심을 가지고 민들레에 오게 되었어요. 마침 민들레에서도 청년 교육과 관련한 활동을 기획 중이었고, 그러한 관심과 활동이 만나서 사이랩이 만들어지게 되었죠. 다양한 청년들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교육 활동을 하고, 사례들을 수집했어요. ‘랩lab’은 아시다시피 연구실을 의미해요. 이런 활동들에 뭐라고 이름 붙일까라는 고민 속에서 우리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고,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구성했습니다. 다만 이때 연구자는 학위나 전공분야와 무관하게 자기 삶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은 말씀 주신 것처럼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인데, 자연스레 주제는 진로 혹은 삶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형식들이 되었던 것이죠. 연구를 하면서 ‘이행기 청년’이나 ‘갭 이어’, 프랑스의 ‘청년 보장’ 제도와 같은 개념들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청년허브에서 지원하는 사업에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이것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어요.
모 단적으로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삶이 엄청 다양하잖아요. 대학을 가기도 안 가기도 하고, 대학과 상관없이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이런 다양한 사례들을 담론으로 만들고 비 제도권의 삶 역시 보편적인 지식으로 구성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 저희가 근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고, 여전히 진행 중인 기획입니다.
나 저희 길드다도 청년 혹은 청소년 대상의 교육 사업을 하면서 간혹 이들의 진로 고민을 마주치면 난감할 때가 많아요. 뭐라고 해줘야 할지. 독특한 삶의 방식들이 있는데, 대학-직장-결혼으로 이어지는 안전한, 보통의 길이라고 말해지는 ‘모델’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 담론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반면 그래서 비-제도권에서의 저희의 삶이 성공적인 것, 바람직한 것으로 모델화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혜 맞아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는 독특하고 다양한 조건들, 상황들이 늘 함께 있어요. 가족 구성원의 경제적인 상황이라거나, 개개인의 성향, 때론 정체성이나 신체적 조건 등등. 이런 특수성을 늘 함께 고려하는 것이 삶의 모습들을 보편적인 언어로 만드는 데에 빠져선 안 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난 이들이 세미나를 한다기에 일찌감치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어보았다. 자신들이 가진 장애와 테크노 사이언스의 경험들을 풀어낸 이 책의 저자들―김초엽, 김원영도 그들의 경험, 이야기가 결코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삶이 가시화되고 담론화된다면 더 다양한 삶의 모습들과 상상들이 가능해질 테다. 혜민과 모경이 하고자 하는 일과 이 책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 마지막으로 제가 요새 도시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앞서 언급했고 비학술적 학술제에서도 발표하셨던 주제로 좀 돌아가 볼게요. 사이랩은 ‘지역’이라는 주제와 관련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길드다의 경우 용인시에 위치해있는데, 특히 길드다가 있는 수지는 베드타운이라, 청년들이 ‘지역성’을 가지고 만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곳을 벗어나고자 하는, 서울로 가고자 하는 욕망들이 이곳에 터를 잡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코로나-19라는 상황이 더해져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우니, 사실상 지역성이나 장소성은 무의미해지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두 분이 ‘지역’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두 분에게 지역, 성북구는 어떤 의미인지도 조금 더 듣고 싶었어요.
혜 한편으론 자원과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이기 때문에 이 주제가 유효한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청년들의 현실적인 욕망과도 연결되어 있고요.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저희가 느끼기에 코로나 이후로 역설적이게도 지역, 동네에서 관계를 맺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훨씬 더 절실해졌다고 생각해요. 저만해도 실제 삶에서 친구들의 도움을 어느 때보다 많이 받고 있어요. 음식을 잘 챙기고, 격리와 고립에 맞서는 문제, 특히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문제와 우리가 발 딛는 지역의 문제는 밀접하죠. 그래서 주변의 지역 활동가들을 모으고 있어요. 성북구에 그런 청년들이 많다. 여기서 뭔가 해보자라는 식으로요. 늘 옮겨 다니고 떠나야 하는 청년들이 지역에 애정을 갖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그들이 옮겨 다닌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이러한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작게는 모경과 나, 그리고 친구들이 이루는 경험, 민들레라는 뒷배를 이용해 이 경험을 확장해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모 청년들에게 해소되지 않는 어떤 욕망과 감정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때론 매체가 불어넣기도 하고, 정치인이나 사회가 조장하기도 하죠. 우리 스스로 그것을 만들기도 해요. 그런데 이건 추상적인 것들이에요. 저도 지역에 대한 애정이 없었는데, 혼자 살아보고, 외로움을 타보고, 그런 와중에 혜민과 사이랩 활동을 하는 구체적인 경험이 생기니 욕망과 감정은 변하더라고요. 이 경험을 통해 청년 세대의 삶이 가진 불안정성이 기댈 곳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자신들의 불안을 포함해서요. 더하여 성북구는 그러한 프로젝트의 테스트 베드로 훌륭한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많아 청년들이 많고,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살고 있는 모습들이 많아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들을 모을 수 있는 즐거운 활동만 있으면 되죠.
혜 그러니까 길드다도 성북구로 오라고요. 청년 사회주택이 잘 되어있어요. 20년은 걱정 없다고요. (웃음)
나 한번 친구들에게 물어볼게요. (웃음)
도시계획가인 제인 제이콥스는 도시계획이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반영하지 못하고, 그 자체의 이상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약탈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시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도시계획이 아니라, 모경과 혜민, 민들레 사이랩과 같은 이들의 이런 활동들, 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관계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길드다가 언젠가 성북구로 오는 것도 좋지만, 지금부터라도 멀리서나마 더 구체적으로 삶을 돕는 관계가 형성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모경과 혜민에게 도시 세미나를 같이 할 것을 권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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