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수업보다 수업후기가 더 재밌다?!

 김고은 (길드다)






  초등학생 한문교실 <한문이 예술>2021년 첫 학기가 끝났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수업의 밀도가 더 빡빡해졌다. 1회 안에 진행하던 것을 세분화해서 2회로 늘렸다. 1회차에는 나와 동은이 각각 한문과 한자를 설명하고 그것을 익히는 시간을 갖는다. 2회차에는 1회차에 배운 내용을 응용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내 수업시간에 친구들은 사자소학에서 살펴본 관계에 대한 선조들의 시선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계를 성찰하는 글을 쓴다. 동은 수업시간에는 한자의 의미를 탐구해보며 다양한 미술 작업으로 자신만의 한자를 그린다.





  첫 수업시간은 우리의 수업이 얼마나 빡빡한지를 여실 없이 보여주었다. 한문과 한자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의 눈은 허공을 향했고, 멀리 앉아 있는 친구는 거의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심지어 한 친구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대개 이런 경우엔 쉬는 시간에 간식을 먹으면서 분위기를 풀지만, 코로나 시국에 간식은 엄두도 못 낼 아이템이었다.

  초반엔 아이러니하게도 수업을 듣는 친구들보다 수업 후기를 보는 어른들이 더 재밌어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와 동은은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한다. 거의 매주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주제를 들고 가니, 그 내용이 재미없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친구들에게 이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느냐 하는 데 있었다. ‘수업 내용을 곧바로 흡수하기가 어렵다면, 흡수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겠다.’ 친구들끼리 헤매도 같이 헤매고, 해내도 같이 해낼 수 있는 구조로 자리 배치를 바꿨다. 조별로 앉을 수 있도록 했더니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고, 강의실 구조를 바꾸는 것 외에 수업 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이 더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수업시간에 순발력을 발휘할 차례였다. 대개 모든 수업은 정량보다 넘치게 준비하고 실제 상황에서는 넘치는 부분을 적절히 빼가면서 리듬을 조율한다. 초등학생 수업에서는 특히나 적절히 빼기가 매우 중요하다. 친구들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가만히 있다가도 울고 싸우고, 잘하다가도 하기 싫다고 칭얼거린다. 한두 친구만 그래도 전체 분위기가 다운되니, 초등학생 수업의 실전은 순발력 싸움이나 다름없다. 특히 동은은 이번 수업에서 이것을 매우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서는 내가 아이들과 11로 소통하는 건 잘하지만, 전체적인 수업을 통제하고 이끌어가는 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재미없어 보인다는 말만 해도 자신감을 잃어서 머리가 멍해졌다.”

  어느 날 동은은 4컷 만화 그리기 수업을 준비했는데, 어떤 친구가 하기 싫다는 이야기를 하자 매우 당황했다. 친구들의 칭얼거림엔 때론 동감이, 때론 무시나 혼냄이, 때론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의 경험상 초등학생들이 만화 그리기를 재미없어할 리는 없었다. 분위기를 환기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내가 앞으로 나서서 시선을 끌며 보드에 만화를 그리자 친구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였고, 이윽고 화제는 재밌을까 재미없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그릴까로 넘어갔다.

 

  



  이번 봄 학기 수업은 나와 동은 모두 서로의 수업에 적절히 끼어들면서 무사히 마쳤다. 결코 긴 기간이 아니었음에도 수업 시간 동안 친구들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출 수 있었다. 우리는 여름학기 수업에서 또 다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어느 정도 인원이 차면 분반을 하기로 했는데, 분반을 하게 되면 우리가 서로의 수업에 개입할 수 없게 된다. 그럼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다음 여름학기 수업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to be continued.

 

  * ‘한문이 예술의 여름학기는 515일에 시작한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링크를 참조해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