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스타강사의 비법을 전수받았습니다. 아젠다 익스클루시브EXCLUVSIVE!

송우현 (길드다)






   지난 1월 말, 고미숙 선생님께서 한 워크숍에 길드다를 초대하셨다. 이름하야 <글쓰기 튜터 워크숍>! 다른 사람들의 글을 피드백하고 코칭하는 ‘튜터’들을 위한 워크숍이었다. 나는 글쓰기 튜터는 아니지만 튜터로서 활동 중인 길드다 멤버들과 엮여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워크숍은 온라인(ZOOM)으로 이틀 동안 진행되었으며, 무려 아침 여덟 시 반부터 오후 네 시 반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차라리 오프라인이었으면 분위기 덕에 더 힘이 났을 것 같은데 이른 아침부터 온라인으로 접속해 저녁까지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너무나 피곤했다. 


 

실로 빡셌던 워크샵 일정


   그래도 이른 아침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온라인 현장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서울의 인문학 공동체 ‘남산 강학원’과 ‘감이당’에 속한 주최 측 분들뿐만 아니라 많은 외부 신청자들이 함께 했다. 이후 각자 소개를 들어보니 외부 신청자들은 워크숍 타이틀에 걸맞게 학교 교사, 그중에서도 국어교사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막상 강의 내용은 딱히 튜터나 학교 교사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나처럼 그저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 심지어 인문학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그곳에서 고미숙 샘께 전수받은 내용 중 하나인 ‘삼독법三讀法’을 아젠다 독자 분들에게 몰래 공유한다. 


   쓰는 것은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선 글을 잘 읽어야 한다. 그 방법론으로 제시되는 것이 ‘삼독법’이다. 이 방법은 글자 그대로 책을 세 번 읽는 것이다. 다만 아무 생각 없이 세 번을 훑는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세 번을 읽어나간다. 


   일독一讀 : 처음엔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며 읽는다. 모르는 단어나 이해 안 되는 문장이 나와도 흐름을 유지한 채 쭉 읽어나가며 머릿속에 지도를 그린다. 다만 이 첫 번째 읽기 후에 이 책이 자신의 문제의식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책이라고 판단된다면 여기서 멈추고 다른 책을 찾아야 한다.


   이독二讀 : 만일 일독 후에 ‘이 책이다’하는 느낌이 서면 두 번째 읽기에 들어간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앞선 일독에서 흐름에 맡겨 지나쳤던 부분들도 세심하게 살피며 하나하나 곱씹는다. 앞선 일독에서 이해 못했던 내용들을 독해해간다. 


   삼독三讀 : 마지막 세 번째 읽을 때는 자신이 가진 어떠한 문제의식, 그러니까 글로 쓸 내용을 생각하며 읽는다. 책에서 자신의 문제의식과 만나는 문장을 찾고 그 문장을 통해 풀어낸다. 이렇게 찾은 문장을 ‘씨앗 문장’이라 칭한다. ‘씨앗 문장’은 단순히 책을 한 번 읽고 뽑아온 ‘인상 깊은 문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두 번의 읽기를 통해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문제의식과 연결시킨다면 단순히 문제의식의 발현이 아니라 그에 대한 힌트, 문제를 해결해나갈 방향성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는 건 곧 글을 쓰기 위한 소재,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 문장으로 생각에 씨앗을 심을 수 있게 되고, 글을 써나가면서 싹을 틔운다. 이것이 바로 ‘삼독법’이다. 



이번 워크샵의 교보재 역할을 한 고미숙 선생님의 책.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셔도?


   나는 <글쓰기 튜터를 위한 워크숍> 이라기에 ‘남에게 상처 주지 않고 글 피드백하는 법’ 같은 것들을 배울 줄 알았다.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재밌게도 워크숍에서 고미숙 선생님께 배운 건 ‘전교 1등의 공부 잘하는 법’에 가까웠다. 잘 읽고 잘 쓰는 법! 사실 튜터의 자질은 남에 대한 날카롭고 세심한 피드백 능력 이전에 우선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능력이 아닐까? 결국 텍스트에 대한 독해력을 키우고 자신의 문제의식을 연결해가는 훈련을 지속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남에게 줄 수 있는 팁들을 얻기 마련이니 말이다. 


   나는 올해 튜터로서가 아닌 학인으로서 공부의 기본기를 열심히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 워크숍을 듣고 나니, 꼭 위의 방법들을 실천해야겠다고 느낀다. 나는 특히 그간 책 한 권을 다 읽어본 경험도 많지 않은데다 이런 방법론을 가지고 책읽기를 시도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때문인지 최근 인문학 책들을 읽어나가는 밀도가 남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느끼던 중이었는데, 올해는 이 삼독법으로 읽기의 밀도를 높이는 과정을 꼭 거쳐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슨 책을 읽을 거냐고? 문학이다! 어려운 철학책에 무작정 부딪히는 것보다는 문학서를 통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삼독법을 연마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처럼 문학을 읽으며 새로운 읽기의 방법을 실험하고 싶은 청년들이 있다면, 올해에도 이어지는 청년들을 위한 문학 읽기 프로그램 <아무튼 읽기>를 꼭 추천하는 바이다!




<아무튼 읽기>에 함께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로!

http://moontaknet.com/?page_id=210&mod=document&uid=3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