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초사 사장의 횡설수설 새해잡담
이희경 (길드다)
내가 젤 건강해!
벌써 1월의 반이 지나갔다. 작년이었다면 이미 1년의 사업을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팀원들끼리 살풀이를 한바탕 하고 또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1년을 계획하는 ‘올데이 워크숍’을 이미 치렀을 때이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워크숍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이냐고? 아니다. 길드다 청년들이 돌아가면서 아프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 <비학술적 학술제>를 끝내자마자 지원이가 열이 펄펄 나고 아프다고 하더니 이어서 고은이가 고열과 오한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했다. 급기야 고은이는 ‘독감인가?’ ‘혹시 코로나인가?’ ‘심하게 체했나?’를 오락가락 가면서 도무지 낫지를 않더니 최종적으로는 급성바이러스성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각해보니 작년 내내 청년들은 몸이 좋지 않았다. 명식은 툭하면 어지러워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했고, 고은이는 생리 때만 되면 거의 맥을 못 췄다. 심지어 가장 어린 우현이도 가을쯤엔 과로가 왔다면서 좀비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무슨 젊은 애들이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빌빌거려? 그러나 나는 ‘꼰대’가 되는 게 무서워 차마 이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급한 불을 꺼야 했기 때문에 난 청년들에게 보약을 먹였다. 명식과 우현이는 기운탕! 고은이는 사물탕! 아, 이 팀에서는 내가 젤 건강하구나. ㅠㅠ
나, 루쉰 되려고 했는데 엄마 되는 거 아님?
작년 말 <비학술적 학술제> 때였다. 매번 진행상황을 ‘보고’ 받았지만 솔직히 난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온라인 사이트 구축이 핵심이고 그 사이트가 게임처럼 구성된다는데 그게 뭔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에 새로 합류한다는 팀들, 그러니까 <마감의 기쁨과 슬픔>, <무지개신학교>, <들불> 들도 도무지 뭘 하는 곳인지, 설명을 들어도 오리무중이긴 마찬가지였다.
<비학술적 학술제> 첫해, 처음 해보는 것이고 2019년 길드다 역점사업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난 하나에서 열까지, 그러니까 행사 당일 체크리스트나 타임스케줄까지 일일이 챙겼었다. 그런데 이번엔 거의 손을 놓고 있으려니 뭔가 애매한 감정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살짝 불안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사이트가 열렸고 이미지들이 예뻤고 올라온 글들도 매우 재밌었다. (물론 구글 폼에서 직접 글을 읽는 게 익숙하지 않는 나는 일일이 긁어서 한글파일로 만들어 프린트를 해서 읽었다!) 원래는 오프라인으로 기획되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결국은 줌으로 치러진 마지막 날 메인토론 역시 좋았다. 줌(zoom)으로 만난다는 게 단점도 있지만 발표자 얼굴이 코앞에서 보이고 음성이 귀 가까이 들리니 눈도 침침하고 살짝 가는귀도 먹어가는 나에게는 집중력이 확 생기는 효과도 있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 발견한 사실! 줌 안에 중, 장년은 문탁 식구들 밖에 없지 않은가? 심지어 1시부터 6시까지 이어진 줌 토론회에 끝까지 참여한 ‘어르신’은 나 하나였다. 어, 이거 뭐지? 혹시 나 치맛바람? 음, 난 청년들과 연대하는 루쉰이 되고 싶었는데 실제로는 청년들 챙기는 극성 엄마가 되고 있는 것일까? 아, 이제 혹시 나는 길드다 사장직을 반납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이번 워크숍 때 길드다 청년들과 이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
속이 타, 애가 타!
12월 28일, 그러니까 <비학술적 학술제>가 끝난 다음날 우현이가 보내온 카톡, “내일부터 연말까지 크루와상 앨범 작업 마무리에 들어갑니다. 스토어 출근 쉬어도 될까요...ㅎ”
1년 반 전에 길드다로서는 매우 큰 출혈을 감당해 리모델링한 길드다 스토어, 월세를 무려 80만원이나 내는 길드다 공간은 작년 내내 비어있다시피 했다. 물론 코로나가 일차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단지 그 때문일까? 솔직히 나는 작년 일 년 내내 거기만 쳐다보면 속이 타고 애가 끓었다. 하지만 우현이가 앨범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하고, 그걸 하려면 온갖 장비가 있는 자기 방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내가 아는데, 안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 그렇게 야박한 사장 아니다!!
그런데 연말이 지나고 연시도 지났지만 길드다는 계속 닫혀 있었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너무 추울까봐 예쁜 난로도 장만했는데 그곳엔 아무도 없다! 난 다시 속이 타고 애가 탔다. 월세 80만원도 아까웠고 이 코딱지만한 공간도 감당하지 못하는 길드다 친구들 때문에 속이 끓었다. 아, 어쩌지?
어쨌든 참다 참다 지난 목요일 우현에게 카톡을 보냈다. “우현아, 너 계속 스토어 안 나올 겨?” 다행히 우현이는 즉각 답장을 보내줬다. “내일 출근해서 청소하고 다음 주부터는 정상적으로 출근하겠습니다” (그러나! 우현이는 금욜 출근하지 않았다! )
요즘에 내 머리 속을 온통 들쑤시는 아이템은 길드다 스토어이다. 어떻게 해야 그 공간이 아깝지 않을까? 올해도 역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될 것이고, 길드다 친구들의 조건이나 능력도 갑자기 바뀌거나 커지진 않을 텐데 어찌해야 그 공간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이름 그대로 진짜 가게를 만들까? 이어가게 같은 것을 다시 해볼까? 아니면 중고서점? 아니면 공방을 운영하는 지역 청년들의 물건을 위탁판매해볼까? 그것도 아니면 거버넌스를 적극 추진해볼까? 스토어를 길드다 청년들에게 맡기지 말고 다른 청년알바를 모집해 내가 스토어를 직영해보는 건 어떨까? 아, 이번 기회에 길드다 사장을 그만두고 스토어 운영자가 될까? 길드다 4년차에 접어든 새해 벽두, 이 사장의 노심초사 횡설수설 갈팡질팡은 계속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