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책방하기
현민 (우주소년)
* 책방 우주소년은
사라질 뻔 했던 작은 책방을 마을 주민들이 출자금을 모아 살려놓았고, 지금은 마을에서 자라고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온전히 운영하는 책방이다. 책 팔아 돈이 안 되는 나라에서 책을 팔며 스스로의 자립과 책방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 책방에 대해 궁금해 한다. 책 팔아 장사가 되는지, 이름은 왜 이렇고, 왜 이렇게 어린 애들이 있는지. 내가 열심히 설명해도 대부분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긴 한다.
어떤 사람은 이 책방의 궁극적 목표와 의미가 뭐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거창한 의미를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건 없다. 여기는 그냥 동네 책방이고, 동네 사람들이 와서 책을 사는 곳이고, 이 공간이 채워지는 건 이런 것들로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소년이라는 책방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책방을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우주소년을 설명할 일이 있었다. 마을 출자금을 통해 살아나게 됐고 현재는 마을청년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중에 그 기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래서 사장이 누구냐며 물었다.
우주소년은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해온 갑-을 관계, 사장이 일한 시간만큼 노동자에게 페이를 지급하는 운영방식으로 이해하기엔 어렵다. 청년들이 운영을 도맡게 된 후에는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방식을 빌리지 않았기 때문에 우주소년에 들어와 동등한 위치에서 스스로 배우는 역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청년들이 서점을 만든 사람도, 출자금을 낸 사람도 아니었지만 책방을 운영할 기회가 주어진 건 책방을 지킨 마을 사람들이 자신이 얻을 이득보다 다른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상생에 대한 존중이라고 여긴다. 내가 행복하려면 남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운영자 개인의 취향보다 마을을 다양하게 하는 이야기, 책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또한 나뿐만 아니라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통해 발화하고, 성장하고, 연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책방은 누군가의 소유물로 머무르지 않는다. 책을 고르고 디피 하는 것은 운영자인 우리의 몫이지만, 그 책을 선택하는 확신은 이곳에 오는 사람들로부터 비롯된다. 책방에 오는 사람들이 건드리고, 손에 쥐는 책들이 우리 책방을 구성한다. 또 그 책의 이야기들이 이곳을 만들고, 다시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방에서 마을과 책을 만난다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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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염병은 언제 끝날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서점의 프로그램들이 전면 중지되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는 건 서점에게도, 매니저에게도 큰 타격이다. 실험과 상상의 장소로써의 서점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매니저들은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만남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서점은 서점을 운영하는 우리(청년 매니저)들에게 직장이자 배움터이다. 책을 통한 만남이 일어나야 하는데 우리는 카운터에 앉아 책을 팔기만 하고 있다. 물론 책 한권 파는 것에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말이다.
우주소년에서 가장 최근에 했던 북토크는 8월에 했던 ‘모모야 어디가’ 여행기였다. 저자는 헬프엑스 라는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여행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는 필기를 한가득하며 여행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새롭게 하는 게 아름답다고 느꼈다. 낯을 가리는 다른 매니저가 작가님과 다시 만날 궁리를 할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그 감동이 작가와 독자들이 함께 있는 현장이었기 때문에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때도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았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했다. 이 경험을 하고 나니,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 책방의 메리트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서점에 와서 공간과 사람들이 만드는 분위기를 느끼고 그 생동감 속에 있어야 의미 있다고 여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온라인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서로 몸을 마주하고 있을 때 얻어지는 사랑과 용기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몸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혼란은 시기일까, 시대일까? 어느 정도 변화해야 하고, 어느 정도 고집해야 하는 걸까?
그 와중에도 지키고 싶었던 건 책 배달에 대한 것이다. 우주소년은 책 배송을 하지 않는다. 과열화 되는 택배문화 속 배달 노동자들의 고통에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이 비상식적인 업무 과열로 죽어 가는데, 그런 뉴스를 맞이하고도 할 수 있는 건 서점에 오시는 택배 기사님들께 귤이나 과자를 쥐여드리는 것뿐이었다. 그 간극이 싫었다. 점점 더 빠르고, 편한 것을 선호 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착취를 하게 된다.
또한 동네책방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다. 독립서점 중에서도 온라인 사이트를 열어 배송을 하는 곳이 여럿 있다. 하지만 소비자로 하여금 인터넷에서 책을 구매하게 하는 것은 책을 ‘상품’으로만 여기게 한다. 책은 단순히 몇 원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책이 상품으로만 여겨진다면, 소비자는 더 싸고 혜택이 많은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려고 할 것이다. 그럼 동네책방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대형기업들의 자본력으로 제공되는 할인과 혜택은 ‘정가’라는 적절한 가치를 계산해 만든 것을 무시한다. 사람들이 할인과 혜택에 익숙해지면 혜택을 줄 수 없는 작은 책방은 책을 팔수 없고, 작은 출판사들은 책을 만들 수 없고, 작은 작가들은 책을 낼 수 없다. 그럼 언젠가는 베스트셀러만 파는 대형서점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동네책방을 이용하는 것은 이런 작은 것들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책방은 사람들이 와야 가능성이 생기는 공간이다. 작기 때문에 책방에 방문하는 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다. 그 사람이 무슨 책을 집고,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오래 기억된다.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제공하는 무료배송은 우리가 책방과 관계 맺을 기회를 빼앗는다. 책방에 오고, 책을 직접 고르는 시간은 어쩌면 흘러야 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책방에 온지 2년이 되어간다. 그 동안 가난하고, 정 많은 동네책방에서 배운 건 이 무지막지한 세상 속에서 책방은 그렇게 유해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할인도 무료배송도 안 되는 동네책방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 때마다 왜 사람들이 할인과 무료배송을 좋아하게 됐는지 생각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재미가 없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람, 마을, 책과 관계 맺을수록 그에 관련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돈으로는 환산될 수 없는 마음이 책 속에 있다. 그걸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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