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너머 힙합 속에서 네 문제계가 느껴진거야
김새은 (새초롬)
글쓴이 소개 : 저는 문탁네트워크 청년디자인팀 새초롬에서 일하고 있는 새은입니다. 처음에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라며 싫어했습니다. 울며겨자 먹기로 디자인 기술을 익혔는데, 지금은 웃으며 젤리먹기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해서 동천동에 사는 친구들과 크루와상이라는 밴드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친구들과 함께 ‘크루와상’이라는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밴드를 하면서 내가 깨달은 사실은 내가 음악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즈음에 길드다에서 송우현(래퍼 코코펠리) 선생님이 여는 인문학 힙합 세미나 <장르 너머의 힙합>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바로 신청했다. 하지만 힙합과 인문학이라는 낯선 조합 때문일까? 사람도 좀처럼 모이지 않고 코로나로 인한 여러 어려움이 있어 세미나는 폐강될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끝인가 싶어 아쉬워하던 와중에 <함께여는 청소년학교>라는 단체와 연결이 되어 어떻게든 세미나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좀 더 강의에 가까운 형식이 된다고는 했지만, 힙합에 대해 배울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겠다 싶었다.
원래 나는 힙합에 대해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돈밖에 모르는 허세 넘치는 바보들이 의미 없는 말들을 내뱉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의를 듣고 나니 힙합은 사실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미국 흑인들의 갖은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힙합의 탄생에 대해 알고 나니 그 음악에 담긴 메시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가령 힙합에서 흔히 보이는 자기과시FLEX도 원래는 ‘흑인들은 모두 가난하다’는 차별적 편견이 대세이던 때에 ‘더 이상 흑인을 무시하지 말라’는 저항의 메시지가 담긴 행위였다는 사실이라던가. 그 외에도 힙합과 페미니즘 사이의 긴장감, 미국 본토와는 다른 한국 힙합의 독특함 등 함께 이야기해볼만한 많은 화두들이 힙합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안타까웠던 것은 이와 같은 화두들이 가볍게 여겨지고 단순하게 소비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힙합 세미나는 힙합을 통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메시지들을 듣고, 나는 그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공부와 더불어 우리는 이번 세미나에서 실제 가사를 쓰고 랩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나는 어떤 메시지를 담은 가사를 쓸 수 있는가”가 내게 주어진 숙제였다. 한편 세미나에 함께한 <함께여는 청소년학교> 친구들 중에는 원래 힙합을 하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어떤 말들을 뱉나 봤더니 의외로 솔직한 가사를 써온 친구들은 드물었다. 헌데 신기하게도 강사님과 피드백을 주고받다보니 가사 속에서 서서히 친구들의 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각자가 가진 고민과 과거 그리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들이 점점 선명해져갔다. 랩은 써본 적이 있어도 힙합 공부는 처음이었던 나도 나름대로 가사를 술술 써내려갈 수 있었다. 힙합에 대한 공부와 함께 작업을 진행한 덕인지 친구들을 열심히 가사쓰기에 집중했고, 나도 진지하게 임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가사들을 쓰고 함께 피드백을 거치며 각자의 힙합 곡을 완성했다. 강사님이 자리를 준비해주셔서 각자의 곡을 들고 무대에도 서봤다. 공부를 하고 난 후 가사를 써서였을까, 나의 메시지가 듣는 이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한층 더 커졌기에 가사집까지 만들게 되었다. 코로나 탓에 최대한 머릿수를 줄이긴 했어도 함께해준 관객들도 있어 더욱 즐거웠다! 너무 뿌듯하고 재미있는 마무리 공연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마지막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음악에 대해 좀 더 공부할 수 있으면서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