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언어유희와 함께 하는 '어썸'한 길드다 썸머
차명식 (길드다)
나는 언어유희를 꽤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는가 하면 철학자 미셸 푸코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곰돌이 ‘푸’의 ‘코’를 강조한 포스터를 만들었다가 친구들에게 된통 욕을 먹었을 정도다. 그리고 그 뒤로도 몇 년 간 길드다 친구들은 대개 내 언어유희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건 ‘아재 개그’라나 뭐라나.
하지만 2020년 여름 - 마침내 길드다에도 언어유희의 시대가 도래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기획 단계까지 이르렀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중단되었던 프로그램들이 이번 여름에 동시에 재개되는데 그 프로그램들의 컨셉 곳곳에 언어유희가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럼 지금부터 언어유희와 함께하는 길드다의 여름 신규 프로그램들을 잠깐 소개해볼까 한다.
은쌤의 초등한문교실 여름특강 <한문이 예, 술> / 8월 첫째 주-둘째 주
초등학생들을 위한 한문교실 <한문이 예, 술>이다. 고은과 동은 두 사람이 한 시간씩 맡아서 진행해서 ‘은쌤’들의 한문교실이고, 1교시는 ‘사자소학’으로 ‘예절’을 배워서 예절 예자를 쓰는 예술禮術, 2교시에는 ‘천자문’의 한자들을 이리저리 풀어 ‘작품’으로 표현하기에 예술 예자를 써서 또 예술藝術이다. 자칫 아이들에게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한자’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풀어내어 가지고 놀아보자는 취지이니 이거야말로 말 그대로의 ‘언어’ ‘유희’ 아닐까. 실로 제목부터 컨셉, 내용에 이르기까지 혼연일체의 언어유희라 하겠다.
목공인문학 시즌1 : <카빙, 생각하는 손> /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주1회씩 4강
목수 김지원이 진행하는 목공과 인문학의 결합, 목공인문학이다. 목공은 손으로 하는 건데 언어유희가 끼어들 곳이 어디 있냐고? 바로 목공과 함께 ‘일’이라는 한 글자를 곱씹는 데에 있다. 일을 할 때, 누군가는 ‘어떻게’만을 말한다. 하지만 일을 할 때, 누군가는 ‘왜’를 말한다. 세계에 대한 윤리의 질문을 던지며 일하는 자, 그가 바로 장인이다. 아직 장인이 아닌 우리는 일하지만 또한 일하지 않는다. 이 아리송한 말을 풀고 싶다면, 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
<랩 인문학 : 장르 너머의 힙합> / 8월 7일부터 10월 30일까지, 주 1회씩 12강
설명이 필요한가? 랩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말놀이, 깜냥 있는 언어유희다. 래퍼 송우현은 그 깜냥 있는 언어유희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힙합 문화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20세기 미국 흑인들의 삶부터 랩이라는 장르의 내재적 특징 등을 샅샅이 훑고 마지막에는 직접 랩을 하며 놀아보기까지 하는 힙합의 토탈 패키지다. 내가 말로 좀 놀 줄 안다, 혹은 좀 놀아보고 싶다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처럼 프로그램 곳곳에 스며든 언어유희지만, 기획한 당사자들인 길드다 친구들은 그 사실을 부정할지도 모른다. 언어유희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여전히 ‘아재 개그’라는 편협한 명명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익스피어의 광대들이 증명하듯 농담은 언제나 상식들의 틈새를 비틀어 새로운 앎을 드러내는 법이다. 멀리 보는 자가 받는 핍박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니, 나는 그새를 못 참고 또 말장난이나 늘어놓고 있다는 피드백도 달게 받을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