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서울 나들이

김고은 (길드다)





길드다는 쉬는 날이 없어요

    길드다는 항시 바쁩니다.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주변 친구들과 다른 단체에 연락하고, 김밥을 주문하고, 뒷풀이 음식을 선정한 뒤 장을 봐와서 재료를 미리 손질해놓고, 타임라인을 점검해야 합니다.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획안을 쓰고 컨셉을 논의하고, 일정을 픽스하고 공지문을 올리고 사람들을 모집하고, 수업안을 쓰고 수업에 쓸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행사와 프로그램은 줄었습니다만 다른 일정이 준 만큼 공부와 글쓰기, 회의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발제를 하고 글을 쓰고, 회의안을 만들고 회의록을 작성하는 일에 열중하느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죠.


    사실 바쁜 만큼, 자주 보는 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바쁜 일정에 치이다 보면 서로를 돌보고 살피는 일에 소홀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매달 세 번째 주 회의에 실무를 다루는 대신 근황토크를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달엔 근황토크를 조금 길게~ 하루종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 나들이!

    함께 공부하고 작업했던 디자인 팀 ‘티슈오피스’가 합정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저희는 그 전시도 보고, 독립서점과 맛집 탐방을 할 요량으로 서울로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전시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작년에 티슈오피스와 함께 읽었던 캐롤 던컨의 『미술관이라는 환상』이 떠오르는 전시였어요. 이들의 전시는 일반적인 전시의 장소와 전시된 작업이 지나치게 의례화 되어있다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전시의 관람 방식을 바꾸어놓았습니다. 각자 헤드셋을 착용하고 오디오의 지시에 맞춰 전시를 관람합니다. 어떤 오디오는 전시물에 초소형 마이크가 부착되어 있다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그 앞에서 크게 설문에 응답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 전시물을 보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토마토? 양파?” 저는 커다란 설치물 앞에서, 문탁쌤은 돌아가는 작은 감자 앞에서 그 오디오를 받았는데요. 문탁쌤이 작은 감자에 거의 입을 맞추다시피 하면서 “토마토!!!”하고 외치시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요. (물론 초소형 마이크가 있다는 말은 페이크였습니다.)


    전시를 보고 난 뒤엔 인근 카페에서 간략하게 회의를 하고, 합정의 독립서점 <땡스북스>에 갔다가 경의선 숲길로 이동했습니다. 대략 30분의 거리였는데, 길드다 공식 약골 명식이 유독 걷기에 불평이 많았습니다. 들어가서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구요. 서울 나들이의 마지막은 경의선 숲길 인근에 있는 해물포차에서 술을 곁들인 가벼운 저녁으로 끝이 났습니다. 짧고 임팩트도 없는 시시한 일정이었지만, 길드다 구성원들에게는 이런 일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밥 먹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걷고, 술을 마시는 이 일정은 별일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 길드다 멤버들에겐 별일입니다. 우리는 취향도 노는 방법도 대화하는 방식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가끔 함께 노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